[박종면칼럼]반도체-수소차-바이오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01.21 04:21
‘안거낙업’(安居樂業). 세상의 어떤 정치사상이나 이론도 이 네 글자를 뛰어넘지 못한다. 사람들이 편히 살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정치의 궁극목표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경제를 35번, 성장을 29번 언급하면서 경제분야에서 성과를 올리는데 정책의 최우선을 두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을 강조하면서 분배에 방점을 찍은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문 대통령이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에게 내린 첫 주문도 경제계 인사들을 적극 만나라는 것이었다. 노 비서실장은 19대 의원 시절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역임해 산업계와 교류가 많다. 특히 그는 젊은 시절 금강전기라는 중소기업을 설립해 10여년 경영한 경험까지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나 이재한 중기중앙회 부회장과도 가까워 여권에선 가장 친기업적 인사로 꼽힌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알게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고 일자리는 늘지 않고, 투자가 부진하다 보니 문재인정부도 경제성장과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 노영민 비서실장은 대통령에게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등 최소 2~3개 산업은 시간이 지나도 문재인정부에서 만든 것이라는 평가를 받도록 정책의 기틀을 확실히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의 교감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들과의 대화,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와 미래에너지’ 행사에서 구체화됐다.

 
청와대 대화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지 물었고 이 부회장은 경기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올 것이라고 답했다. 최태원 SK 회장은 반도체시장 자체가 안 좋은 게 아니라 가격이 좋았던 시절이 이제 조정을 받는 것이라고 구체적인 설명을 덧붙였다. 이 부회장과 최 회장의 발언은 최근 반도체 위기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초격차전략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음을 보여준 자신감의 표현이다.
 
청와대 만남에서 서정진 회장이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원인데 이 중 한국이 10조원 정도에 그친다면서 삼성 등과 같이 하면 몇백조 원을 가져올 수 있고 앞으로 헬스케어산업은 일본의 경우 전체 예산의 30%를 쓸 정도로 가장 큰 산업분야라고 말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자주 만난 대기업 총수는 단연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울산에서 열린 수소경제 로드맵 발표 행사에서 스스로 현대 수소차 홍보모델이라고까지 말했다. 수소차 육성 정책이 특정 기업에 대한 특혜로 비치지 않을까 하는 일부의 우려를 씻어내는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2030년 수소차와 연료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경제부진의 돌파구를 수소경제에서 찾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묘이불수 수이부실’(苗而不秀 秀而不實). 싹이 자라도 꽃을 피우지 못하고, 꽃을 피워서도 열매를 맺지 못한다. 공자의 탄식이 아니더라도 어떤 사업도, 개인도 역사에 남을 성과를 내긴 매우 어렵다. 수소차와 바이오산업이 지금의 반도체만큼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까. 또 반도체산업이 계속 호황을 누릴 거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과 노영민 비서실장도, 이재용 부회장·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최태원·서정진 회장도 끊임없이 정진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가 반도체 수소차 바이오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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