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생식'으로 본 인류의 미래…“문학상 대상 탈 줄 알았어요!”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9.02.04 03:31

[인터뷰]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 가작 이경선 작가…"'특이점' 있는 글 좋아, 문학도 유희적 즐거움 있어야"

단편소설 '두 개의 바나나에 대하여'로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가작을 수상한 이경선 작가는 무성생식으로 인류의 출산을 다루며 발상의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제가 대상 탈 줄 알았어요!"

이경선 작가(47)는 웃으며 말했다. 농담 섞인 말투에서 소설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노란색과 하늘색으로 머리를 물들인 이 작가는 자신을 솔직히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저는 글을 잘 쓸 거라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았어요. 본능적으로 창작 쪽 일을 하겠구나 생각한 거죠. 저에게 글을 쓰는 것은 좋아하고 안 좋아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잘할 수 있다는 걸 알았다는 거죠."

그렇게 이 작가는 글쓰기를 자연스럽게 시작했다. 웹소설을 쓰고 10여 년 간 출판사에서 기획 서적 위주로 프리랜서 작가 일을 하면서 내공을 쌓은 결과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에서 단편소설 '두 개의 바나나에 대하여'로 가작을 수상했다. 발상의 독창성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으며 유난히 치열했던 가작부문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두 개의 바나나에 대하여'는 무성생식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류의 환상적 진화를 다룬 작품이다. 출산율 0.0001% 시대, 멸종을 앞둔 인류가 불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무성생식을 시도하는 내용으로 현 저출산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경선 작가.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이 작가는 "살아남으려는 것은 본능이지만 왜 인간만 멸종하지 말아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며 "출산은 국가경쟁력과 관련되는 것인데 마이너스 성장률을 받아들이고 이후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까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 소설은 '캐번디시 바나나'의 멸종을 다룬 뉴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백민석 작가의 소설집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에 나오는 달걀 다이어트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더해 출산을 무성생식으로 풀어냈다. 여기에 이 작가의 상상력에 기반한 식량난에 대한 획기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소재의 독창성을 극대화했다.


"일상에 대한 이야기는 잘 안 다루는 편이에요. 사람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도 있고…. 전 남들이 하지 않는 '특이점'이 있는 게 좋아요. 그래서 재치 있고 발랄한 글을 주로 읽는 편이죠."

이 작가는 다른 문학상에서도 수상한 이력이 있다. 지난해 초 '동화'부문에서, 올 들어 '시조'부문에서 수상하며 장르를 가리지 않는 전천후 작가임을 입증했다. '글 쓰는 사람은 모든 글을 잘 써야 한다'는 이 작가의 소신이 빛을 발하는 대목이다.

'제3회 한국과학문학상' 중단편부문 가작을 수상한 이경선 작가는 "독자들이 제 글을 읽을 때 오락을 할 때처럼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임성균 기자 tjdrbs23@

홀로 창작해내야 하는 작가라는 직업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이 작가의 라이프스타일과 통한 듯 보인다. 혼자 하는 걸 좋아하는 터라 염색도 셀프로 한다고. 글쓰기에 대한 공부도 독학으로 하다 문학 트렌드를 배우기 위해 2014년 경희사이버대학교에 입학했다.

현재 재학 중으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는 이 작가의 글쓰기에 대한 자신감은 작가로서 미래를 기대하기 충분했다. 이 작가는 심오한 주제, 수려한 문장을 내세우기보다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글로 독자들에게 다가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제 글을 읽을 때 잠시라도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오락할 때처럼 말이죠. 문학도 유희적인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소설을 읽는 순간이든, 문장이든, 아이디어든 놀이를 하는 시간처럼 재미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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