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발 '치킨게임' 시작되나…초격차 전략 가속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9.01.17 17:17

저가공세·적과의 동침 등 시장전략 고개…자금·기술력 우위로 경쟁사와의 초격차 전략 가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반도체 진짜 실력'을 언급하면서 삼성전자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치킨게임'·'애플과의 협업 확대' 등 공격적인 전략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 초호황 국면이 저물면서 시장 대응 차원에서 돌파구 모색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 자금·기술력 발판 저가공세 전략 가능성 대두 = 17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올 1분기 D램 가격이 최대 20% 하락할 전망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 등 D램 공급업체가 지난달부터 올 1분기 가격 논의를 시작해 8GB(기가바이트) 모듈 기준으로 지난달 평균가격 60달러보다 10%가량 낮은 55달러 이하에 합의했지만 추가 하락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상당 수준의 재고가 쌓이면서 2월과 3월 가격 하락세가 지속, 기존 예상치인 15%보다 가파른 20% 수준의 낙폭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재고 해소를 위해 단기간에 출하량을 크게 늘릴 가능성에 주목한다. 여유자금을 확보한 삼성전자가 공격적으로 나설 경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수요 전망이 어두워지는 상황에선 삼성전자의 저가 공세에 경쟁사가 휩쓸려 갈 수 있다.

이 부회장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담회를 마친 뒤 산책하면서 "(반도체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을 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게 가장 무섭다"고 말한 게 이런 배경에서 이해될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국내 경쟁사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점유율 43.4%, 하이닉스는 29.1%로 각각 1, 2위를 달린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40.8%(1위), SK하이닉스가 11.3%(5위)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당시 최 회장 언급에 이 부회장은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다"고 되받았다. 이 역시 기술력이나 규모의 경제에 따른 원가경쟁력, 생산여력, 자금력에서 업계 '원톱'인 삼성전자가 충분히 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안 좋을 때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는 게 바로 삼성전자의 이런 능력 때문에 가능한 말"이라고 말했다.


◇ 中 추격세 꺾여…애플 잡고 신시장 확보 관측 = 삼성전자 내부적으론 위기가 기회라는 공감대도 이미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초호황을 타고 반도체 굴기(일어섬)에 나섰던 중국이 미중 무역갈등 여파와 시장 전망 악화로 기존 투자 계획을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선 중국업체에 대한 미국 상무부의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중국 반도체업체 푸젠진화가 D램 양산 계획을 사실상 포기했다는 분석도 있다.

삼성전자로선 반도체 경기 약화가 후발주자의 추격을 따돌릴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는 셈이다.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지난해 8월 계획에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90조원가량을 반도체 생산설비와 기술력 강화에 쓸 계획이다.

애플과의 협력관계 강화 가능성도 고개를 든다. 애플이 5G(5세대 이동통신) 아이폰 출시를 위해 삼성전자와 통신반도체 공급을 논의했다는 사실을 최근 퀄컴과의 통신특허 침해 관련 재판에서 공개했다.

삼성전자가 5G 통신반도체와 위탁생산 등의 부문에서 애플을 고객사로 확보하면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반도체 외에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도 또다른 동력을 갖추게 된다.

이 부회장도 문 대통령과의 산책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얘기가 나오자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라며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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