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中企지원사업' 설명회, '역대급' 열기 기록했지만…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9.01.16 16:43

늘어난 창업열기·커진 예산규모 반영…역설적으로 지원정책 너무 복잡하다는 지적도

금천구청에서 열린 2019 중소기업 지원사업 설명회 /사진=고석용 기자
"당장 급한건 아닌데, 미리 배워놓고 나중에 써먹겠다는 생각으로 왔습니다. 4년 전부터 왔는데 올해는 사람이 진짜 엄청 많네요"
-IT 중소기업 대표

시작 시간을 20분이나 넘겼지만 입장 행렬은 줄어들지 않았다. 빈자리는 커녕 서 있을 자리조차 부족했지만 참석자들은 진행자의 설명에 집중했다.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16일 서울 금천구청에서 개최한 2019 중소기업 지원사업 설명회의 모습이다.

서울중기청은 올해 1월과 2월까지 총 3회의 정책 종합설명회와 18회의 분야별 정책설명회를 개최한다. 이날 설명회는 2회차 종합설명회였다. 가산디지털단지 등 산업단지 인근에서 개최된 만큼 다양한 업종의 기업 대표·관계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당초 예상인 300여명을 훌쩍 넘겨 5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는 대부분 40대 이상 남성이었다. 하지만 초기·예비창업자로 추정되는 청년이나 여성의 모습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IT 스타트업을 창업했다는 한 청년 대표는 "자금지원 정책을 알아보려고 왔다"며 "인파를 보니 창업 열기가 높은 걸 다시금 체감한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신설 법인은 9만3798개로 2017년 같은 기간보다 4.6%(4090개) 늘었다.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강화된 데 대한 기대감도 반영된 모습이다. 중기부의 올해 예산은 10조2664억원으로 지난해 8조8561억원보다 15.9% 늘었다. 중소기업청 시절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다. 구로디지털단지에 입주해 있다는 한 IT 중소기업 대표는 "4년째 설명회에 참석했지만 이렇게 사람이 많은 것은 처음 본다"며 "중소기업청이 부로 승격하고 예산·정책도 대폭 늘렸다고 하니까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2019 중소기업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제공한 지원사업 책자. 책자 6권에 올해 지원사업 설명이 빼곡히 담겨있다. /사진=고석용 기자

눈에 띄는 것은 일부 참석자들이 현장에서 제공되는 200~400페이지 분량의 정책설명 책자 6권만 받고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강당 옆 휴게실에도 설명회를 듣지 않고 책자를 공부(?)하는 기업 대표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사실 책자만 받으러 왔다"며 "설명회를 듣는 것보다 정책 설명 책자만 보고 지원정책을 골라내는 게 더 빠르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그런데 책자를 봐도 지원사업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원정책이나 사업 종류가 너무 다양한 데다 조건도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옆에 있던 전자상거래 업체 대표도 "정책이 이렇게 많은데도 우리 기업에 딱 맞는 지원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정책이 꼭 필요한 기업에 돌아가고 효과를 내려면 복잡하게 설계돼야 하는 사정은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정책이 너무 복잡하니까 이 많은 사람들이 '수업'을 들으러 온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품을 만들 때 회사의 사정이 아니라 소비자의 사정을 우선시해야 하는 것처럼 지원정책도 기업인들의 사정을 우선시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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