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관]여권 '비주류'의 길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9.01.16 17:36

[the300]

노무현

#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 시절 비주류였다. 당시 주류는 ‘동교동계’. 지금으로 치면 ‘친문’(친 문재인) 그 이상의 영향력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선 국회의원이었지만, 당내 이너서클인 동교동계와 거리가 멀었다. 2002년 대선에 도전했을 때 그를 따랐던 국회의원은 천정배 의원 단 한명이었다.

비주류였던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에서 열심히 일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하면서 성과도 냈다. 대권 도전을 위해 자신의 목소리를 낸 건 김대중 정부 4년차 말기였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의 성공이 목표라고 했다. 반세기 만의 정권교체, 5년은 너무 짧기에 정권은 연장돼야 한다고 봤다. 당내 안정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그는 김근태, 김중권, 유종근, 이인제, 정동영, 한화갑 등 쟁쟁한 대권 경쟁자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았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내에서 존재감도 없고 비주류 중의 비주류였던 노 전 대통령의 무기는 진정성이었다”며 “진정성이 통하자 사람들이 끊임없이 모였고 결국 대통령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민경석 기자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김정은 신년사로 본 북핵 전망' 토론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1.1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비주류에 속했다. 당시 주류는 ‘친박’(친 박근혜) 의원들이었다. 친박의 공세를 뚫고 2014년 새누리당 대표가 됐다. 안정적 당 운영을 위해 노력했지만, 친박과 비박 의원들의 끊임없는 갈등은 그를 결국 코너에 몰았다. 2016년 4월 20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박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라”란 지시가 내려왔다.

김 의원은 따르지 않았다. 옥새를 들고 잠적했다. 공천권을 두고 친박과 비박의 ‘칼부림’이 일었다. 김 의원은 청와대와 친박 의원들의 공격을 온몸으로 막았다. 그러나 그의 몸부림은 하루만에 끝났다. 친박계와 타협을 하는 등 어정쩡한 봉합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여론의 비난이 거셌다. 결국 총선에서 제1당을 내줬고, 이후 국정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됐고 정권은 붕괴됐다. 박근혜 정부 집권 4년차의 일이다. 김 의원은 현재 당시의 아픔을 교훈삼고, ‘보수 대통합’ 등을 꾀하고 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비주류 그룹으로 분류된다. 지난해 당대표 선거에 출마했을 때, 당내 친문 표심을 제외한 비주류 표를 휩쓸어 2등을 했다. 최근 송 의원의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 검토 발언이 화제다.


당내에선 문재인 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탈원전 정책’에 대한 도전이란 비판부터, 번짓수를 잘못 짚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야당을 비롯해 보수 언론 등은 ‘당내·당청’ 갈등으로 본다.


일각에선 "송 의원이 노무현, 김무성 등 수많은 ‘여권의 비주류’ 거물들의 경로를 탐색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다지는 등 차기 권력을 향해 방향키를 틀었다는 얘기다.

비문계 의원들은 “다양한 목소리가 나와야 건강한 조직”이라며 “미래를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송 의원을 지지한다.


하지만 당 지도부 등은 아쉬워한다. 건전한 내부 토론은 "언제든 환영"이지만, '내부 갈등'이란 프레임으로 외부에 알려져서다.

무엇보다 타이밍이 문제란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성과를 내야할 3년차에 막 들어선 이때 핵심 국정과제를 겨냥해서다. 정권 말기에나 나올법한 비주류의 목소리가 너무 일찍, 그리고 너무 크게 터져 나왔다는 것이다. '노무현이 갔던 길'과 '김무성이 갔던 길', 송 의원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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