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타깃이 됐나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 2019.01.16 17:04

[주주 행동주의 원년…주총 전쟁 시작됐다]과거 경영권 위협으로 주가 올려 차익 실현…지배구조 바꿔 기업가치 제고"


최근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주주 행동주의 바람이 확산되면서 국내 기업들이 행동주의 투자자의 공격 대상이 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자의 지분 매입 배경이 단순 경영 참여에 그칠지 경영권을 위협할지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탓이다 .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16일 “국내 행동주의 투자 시장은 그 동안 해외 사모펀드들이 단기적으로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하면서 가치를 올려 차익을 챙기기 위한 게 대부분이었다”고 “하지만 최근 한국형 행동주의 사모펀드가 중장기적으로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권을 견제하면서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바꿔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토종 행동주의 사모펀드를 표방한 KCGI는 지난해 하반기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첫 대기업 지분 인수 사례인 한진칼에 이어 한진에 대해 지배구조 개선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보고 투자에 나섰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일가의 잇단 갑질과 비합리적인 경영행태가 도마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한진칼과 한진이 현재 각각 비상장 및 상장 주식, 부동산 등 알짜자산을 대거 보유하고 있어 지배구조를 개선해 중장기적으로 자산 재평가를 실시하면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진칼은 현재 비상장 자회사 칼호텔네트워크, 자동레저, 한진관광, 와이키키리조트호텔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진의 경우도 현재 1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GS홈쇼핑, 케이엘넷, 포스코, 하나금융지주, 아이에스이커머스 등 현금화가 쉬운 상장사 지분을 보유 중이다.

앞서 지난해 8월 토종 행동주의 펀드를 운용하는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이 맥쿼리인프라펀드의 지분을 매입해 운용사인 맥쿼리자산운용 교체를 요구한 것도 주주권 행사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일환이었다.


반면 1999년 타이거의 SK텔레콤 인수·합병(M&A) 등을 위한 지분 인수를 시작으로 초대형 해외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과도한 경영개입에 초점을 맞춰 단기차익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현대자동차 지분 3%를 보유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을 재개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엘리엇은 현대차그룹에 서한을 보내 현대모비스의 A/S(애프터서비스) 부품 사업부문을 현대자동차에 매각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국내 법 위반 소지 등을 감안할 때 성사 가능성이 떨어져 지배구조 개편 이슈를 만들어 단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올리려는 의도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밖에 2000년과 2005년 각각 SK, KT&G를 공격한 소버린, 칼아이칸 등도 9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차익을 거두고 철수한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전문가는 “행동주의 펀드를 표방하는 해외 사모펀드들이 과거부터 주주로서의 영향력을 높여 고수익을 달성하려는 행태를 반복해 기업 사냥꾼의 전형이라는 비난도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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