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브렉시트 혼란'…英 넘어 세계경제 위협하다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 2019.01.16 16:34

'노딜 브렉시트' 英 GDP 8%·집값 30% ↓ 예상…독일·덴마크 등도 충격-노동력 유입 감소에 英인력난 심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둘러싼 영국의 극심한 정치적 혼란은 세계 경제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역전쟁과 미국의 금리 인상 등과 맞물리면서 경기 침체를 부추길 수 있어서다. 영국이 아무런 대책 없이 유럽연합(EU)에서 떨어져 나가는 '노 딜(no deal) 브렉시트' 현실화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영국 경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이후 유럽과 미국, 신흥시장 등이 피해를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英 경제 비상등…GDP 줄고, 실업률 급증 우려
15일 영국 의회가 브렉시트 협상안을 부결시키면서 당장 영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해 11월 영국 재무부는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15년 뒤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이 최대 9.3%가량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영란은행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GDP는 8% 줄고, 실업률은 7.5% 늘어나며, 집값은 30% 폭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이미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영국이 브렉시트 때문에 이미 GDP의 2.1%를 까먹었다"며 "브렉시트가 없다면 영국 GDP는 매년 1%포인트씩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도 중대한 위협이다. 세계은행은 지난 8일 발표한 '어두워지는 하늘'이라는 제목의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2.9%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존 전망치보다 0.1%포인트 낮아진 것이다. 영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세계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계은행은 브렉시트를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협 요인 가운데 하나로 꼽으면서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영국과 EU 경제가 심각한 피해를 보고, 이후 동유럽이나 북아프리카 등으로 충격이 확산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영국의 최대 수입국이자 미국에 이은 2위 수출국인 독일 경제가 최근 흔들리기 시작했다. 독일 연방통계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한 해 전보다 1.5% 성장하는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에는 역성장(-0.2%)까지 기록했다. 그나마 가계소비와 정부지출이 늘면서 경기 침체를 겨우 면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15일 유럽의회 연설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경제 상황에 대해 "몇 달 전 예상보다 오랫동안 부진한 지표가 나오고 있다"면서 "특히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여전히 두드러지고 있어, 안주할 여지가 없고 상당한 규모의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관세 오르고, 세금 증가 우려…탈출 준비하는 기업들
기업들은 영국 내 브렉시트 논의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노 딜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관세와 그동안 면제받던 각종 세제 혜택이 없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노 딜 브렉시트로 관세가 오르면 덴마크의 영국으로의 버터나 베이컨 수출이 4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 것으로 추산했다. 내셔널호주은행의 개빈 프렌드 투자전략가는 "브렉시트에 대한 그동안의 논의 결과와 하원에서의 부결 등을 종합할 때 전반적인 추세는 '하드 브렉시트'에서 브렉시트 연기 또는 2차 국민투표 시행 같은 여러 가지 선택사항들로 옮겨지고 있다"면서 "기업들도 점차 하드 브렉시트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며, 앞으로 경고의 목소리를 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자동차 업체들은 노 딜 브렉시트로 유럽 내 관세 혜택이 사라질 것을 우려한다. 영국 차 브랜드 롤스로이스와 미니를 보유한 독일 자동차 기업 BMW는 브렉시트 협상안이 부결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영국과 EU의 무역 관계에 관한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면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 부품 업체인 독일의 콘티넨탈은 100여명 규모의 브렉시트 전담팀을 꾸려 운영 중이다. 콘티넨탈은 특히 브렉시트로 부품 공급이 막힐 것에 대비해 최대한 많은 부품을 영국으로 실어나르고 있다.

미국 뉴욕과 경쟁하는 금융중심지였던 영국 런던의 위상도 약화할 전망이다. 국제적인 회계법인 언스트앤영(EY)은 브렉시트로 이미 8000억파운드(약 1151조원)에 육박하는 자산이 영국을 떠나 아일랜드 더블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프랑스 파리 등 EU 내 다른 도시로 이동했다고 발표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렉시트를 앞두고 EU로부터 노동력 유입이 줄면서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영국상공회의소가 이달 초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경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제조업체 5곳 가운데 4곳이 숙련노동자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브렉시트 등으로 확대된 불확실성이 세계 주요 자산 시장을 잠식하면서 엔화와 금 등 안전자산 몸값은 부쩍 높아졌다. 달러/엔 환율은 최근 1개월 사이 4% 넘게 올랐다. 세계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지난해 8월 온스당 1174달러까지 떨어졌던 국제 금 가격은 이달 현재 1291달러(144만5700원)로 9%가량 급등했다.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