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영채 사장의 도전…"실적 목표치 없애라"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9.01.15 16:09

업계 첫 KPI(성과지표) 폐지…"고객 가치 최우선, 평가 방법도 바뀌어야" 업계 주목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사진)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 업계 처음으로 직원들에게 목표치를 주고 평가하는 KPI(핵심성과지표)를 폐지했다. 직원들이 실적에 연연하면 고객을 위한 자산관리에도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증권업 뿐 아니라 금융권에서 꾸준히 제기된 문제지만 실적을 통해 인정 받아야 하는 최고경영자(CEO)의 입장에서는 실행까지 연결되지 못했었다. 정 사장의 이번 결단이 업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주 전 영업점에 올해 ‘KPI’ 폐지를 공지했다. 영업점뿐 아니라 직원 개개인에 대한 KPI도 없앴다.

KPI는 핵심성과지표로 직원들의 고가와 승진, 성과급 등에 영향을 주는 일종의 성적표다. 매년 영업점과 직원에 대한 개별 목표치가 부여되고 경영 방침에 따라 항목별 점수 비중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이전에는 고객 수 증대와 자산유치에 높은 점수를 줬다면 이제는 개인연금·펀드 판매 등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이다.

통상 금융권은 영업점과 개인 등수(직급별·본부내)를 매기고 내부적으로 공개한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고객의 니즈보다는 실적과 순위 관리에 목을 매는 경향이 강했다.

이번 KPI 폐지는 CEO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취임 때부터 ‘고객가치 최우선’을 강조해왔다. 말로만 할게 아니라 실제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처음에는 고통이 따를 수 있겠지만 해야 할 일을 해야 하는 CEO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실적 영향에 대해 정 사장은 “해봐야 하지 않겠냐”며 이런 변화가 궁극적으로는 회사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증권사는 사업구조 다변화를 추진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증시 상황에 따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고객 중심의 영업을 통해 충성 고객을 확보하면 오히려 안정적인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다.

NH투자증권은 KPI를 없애는 대신 고객을 만나 소통하고 솔루션을 제공하는지 여부를 중요한 평가 잣대로 삼을 예정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직원들이 알아서 목표를 세우고 이뤄나가는 ‘활동성’을 볼 것”이라며 “정량평가가 없지만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지를 놓고 세부 방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존의 영업활동을 안하는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위한 활동성을 높이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영업점 직원들은 처음있는 일이라 어리둥절해 하면서도 새로운 평가 방법에 대한 걱정도 적지 않았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KPI가 사라졌는데 어떻게 직원들을 독려하고 영업을 해나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며 “평가 방법이 아직은 명확하지 않아서 걱정도 있지만 기대감도 크다"고 말했다.

증권 사관학교로 불리던 대우증권 출신인 정 사장은 IB(투자은행)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로 꼽힌다. IB출신으로 사장 자리에 가장 먼저 오른 인물로 '승부사'란 별명을 갖고 있다. 취임 첫해인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이 예고돼 '정영채 효과'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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