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함을 강조한 여성 속옷이 조명 받고 있다. 반면 가슴을 옥죄는 브래지어의 설자리는 좁아지고 있다. 화려한 디자인의 볼륨감을 강조하는 속옷 브랜드 '빅토리아 시크릿'을 두고 위기와 몰락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위에 플러스사이즈모델 김지양씨(33)가 있다. 2010년 미국 플러스사이즈 패션쇼 '풀 피겨드 패션위크(Full Figured Fashion Week)'로 데뷔한 그는 현재 플러스사이즈 패션 컬쳐 매거진 '66100'의 편집장과 같은 이름의 쇼핑몰 대표를 맡고 있다.
2017년 10월 속옷 브랜드 '미드에어'와 와이어와 패드를 없애 압박을 최소화한 여성속옷 '브라렛(bralette)'을 제작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목표금액의 2108%(4800만7000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1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편한 팬티'도 제작했다. 현재는 미드에어를 인수한 상태다.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변화하는' 여성 속옷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속옷 기능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물도 달라지는 것 같아요. 많은 속옷 브랜드들이 속옷을 보기에 좋은 것이라고 인식하고 만들죠. 저는 몸에 제일 먼저 닿는 옷이 속옷이니까 가장 편안하고 몸에 유해하지 않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브래지어는 75A, 80B, 85C 팬티는 85, 90, 95, 100 등 통상적으로 쓰는 사이즈 체계를 쓰지 않았다. 대신 숫자 1부터 6까지를 사이즈 표기에 사용했다. 고정관념에 박힌 숫자가 외모 강박을 갖게 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그는 "이것도 숫자이기 때문에 강박을 아예 안 가질 수는 없다"면서도 "'내가 77사이즈일리가 없어'라는 생각을 갖게 하는 기존 사이즈 고정관념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이즈가 잘 맞지 않는 속옷을 입다보니 팬티 위로 살이 차오르면서 배에 선이 생겼어요. 그 자국이 진해질수록 고통스럽더라고요. 미국에서 플라스사이즈 모델로 활동하면서 속옷 사이즈를 조금씩 키우니 그 자국이 조금씩 연해졌어요. 몸에 대한 혐오도 조금씩 줄어들었고요. 제가 정말 작은 감옥에 갇혀있던 기분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자신이 만든 여성 속옷이 사람들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브래지어를 할지 말지,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속옷을 입을지 착용감이 편안한 속옷을 착용할지 등 선택권을 갖는 일을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에게 더 잘 맞는 선택지가 있을 수 것을 알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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