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 아이들의 미래를 만드는 ‘테드(TED)’

머니투데이 중기&창업팀 홍보경  | 2019.01.14 17:07
‘이 연사 두 손 모아 강력히 외칩니다!’ 사자후를 토하며 관중 앞에서 핏대 선 목소리를 외치던 웅변대회는 이제 보기 어렵다.

㈜애슐런러닝 COO 신민구/사진제공=(주)애슐런러닝
요즘 10대들에게는 ‘웅변’이라는 단어가 낯설 것이다. 70~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세대라면 웅변대회에 대한 여러 향수가 있으리라. 특히 광복절이나 6.25 등 정치적 입김이 강한 기념일엔 내용을 불문하고 목청껏 흐느끼며 연설했던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스꽝스럽다. 그때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화법이 먹히는 시대였고, 요란한 빈말이 애국이고 양심이었던 시절이었다.

요즘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컨퍼런스인 테드(TED)는 미국 비영리재단에서 운영하는 강연회이다. 우리도 예전에 테드와 비슷한 ‘웅변대회’가 있었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비웃겠지만, 과장된 제스처와 감성에 호소한다는 점, 그리고 ‘퍼블릭 스피치’의 맥락에서 비슷한 구석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테드라고 부르는 이름은 ‘TECHNOLOGY, ENTERTAINMENT, DESIGN’의 약자이며 각각 기술, 오락, 디자인을 가리키는 단어이다. 그래서 테드 강연 중에는 세상을 변화시킬 만한 신기술, 아이디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하는 강연이 주를 이루지만 반면에 공연이나 개인의 의미 있는 경험도 강연의 주제로 등장한다.

‘Ideas worth spreading(가치를 가지는 아이디어들의 확산)’이 TED의 모토이며, 현재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TED을 통해 ‘가치 있는 아이디어’에 집중하고 이를 공유하며 다양한 경험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특이한 점은 Q&A가 없다는 것인데, 반대 의견이 당연히 존재하겠지만 겸허히 강연자의 이야기를 생각하고 배려하는 데 온전히 집중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TED의 수많은 강연자들을 보면 스티브 잡스가 떠오르는 건 당연하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이라는 컴퓨터와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와 ‘컴퓨터’를 조합하고, 또 IBM의 ‘컴퓨터’와 제록스의 ‘마우스’를 연결한 것도 새로운 것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아이디어의 연결’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스티브 잡스는 창조적 기업의 오명을 다양한 자기내재화에 기초한 프레젠테이션으로 극복했다. 애플의 로고는 비틀즈의 음반회사로부터, 유저인터페이스나 마우스의 카피이슈도 피카소의 철학을 통해 새로운 콘셉트의 창조로 많은 사람들을 설득했고, 그렇게 기술과 개념의 조합으로 애플의 제품들이 탄생했다.

대중 앞에서 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고 감동까지 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 한 사람이 바꿔놓은 경제‧사회적 상호작용은 역사에 분명 남을 것이며, 컴퓨터 및 다양한 문화‧산업영역에서 영향을 끼쳐온 것을 생각하면 한 사람이 ‘퍼블릭 스피치’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확장성은 무한대에 가깝지 않나 생각한다.

지금 대한민국엔 테드와 같은 연결과 융합의 장이 존재할까? 서울시교육청은 얼마 전 '2019 주요업무계획'을 확정해 발표했고, 중학교 중간·기말고사의 탈(脫)객관식도 본격화한다고 한다. 올해부터 서울시 내 모든 중학교에서 국어·영어·수학·사회(역사, 도덕 포함)·과학(기술가정, 정보 포함) 등 주요과목 가운데 학기당 1개 이상을 택해 객관식 시험 없이 논·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로만 학생을 평가하기로 했으며, 중학교의 논·서술형 평가와 수행평가 비중을 현행 45%에서 50% 이상 늘리기로 했다. ‘선무당이 사람잡는다'고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공정성 시비부터 평가기준이나 관리문제까지 시행 전부터 원론적 비판이 많다.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연결’이다.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융합하는 과정에 인간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는지는 자명한 사실이고, 다양한 교육정책의 시도로 대한민국 아이들이 모래 속 진주 같은 아이디어를 찾아 융합하고 소통하는 인재로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는 격려하고 동기를 만들어주어야 하며 무거운 책임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의 몫으로 가져가야 한다.

새로운 교육 현장의 시도들이 우리 아이들을 위한 시대적 방향성을 잃지 않길 바란다. 또한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창의지성과 감성을 담은 우리 아이들의 웅변대회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시절 웅변대회가 아닌, 이 시대의 테드처럼.
도움글: ㈜애슐런러닝 COO 신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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