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앱은 친구에게 소개받았다. 주변 친구들도 많이 쓴다고 했다. 내려받기를 하려 보니 다운로드 수가 이미 50만건을 넘어있었다. 10대 이용자가 많아 댓글도 잘 달린다고 했다. 하루가 지나면 글이 자동 삭제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서비스 약관에 동의하고 시작하기를 눌렀다. 약관을 클릭해 살펴보려 했지만 전부 읽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듯 해 일단 동의했다.
A양은 다음날 뉴스를 살펴보다 깜짝 놀랐다. ‘나쁜 기억 지우개’ 앱이 이용자들의 고민 내용과 출생연도, 성별, 작성 위치 등이 담긴 '지역별 청소년 고민 데이터'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판매하려 했다는 기사였다. 그것도 월 500만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A양이 전날 고민글을 올렸던 바로 그 앱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회사 측에선 유튜브에 사과글을 올렸다. 24시간 후 글을 삭제되지만 이후 백업 데이터로 데이터를 보관해오고 있었다고 했다. 서비스 이용 약관에 성별·나이·위치 등 백업 데이터에 쌓인 콘텐츠를 제휴 관계사나 제3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았고 동의한 이용자의 데이터만 연구나 통계 목적으로 판매를 시도했다고 변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나쁜기억지우개 주식회사의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나섰다.
나쁜 기억 지우개는 ‘사용자들의 진실된 고민을 돈 받고 팔아치웠다’는 도의적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검색창 앞에서, 익명의 SNS 앞에서 현실보다 더 진실해진다. 서비스 약관에 개인정보 이용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는 주장은 궁색하다. ‘24시간 후 글이 삭제된다’는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운 상황에서 데이터 저장을 의심해 볼 이용자는 없다. 이용자들은 개인정보 취급 약관을 상세히 읽진 않는다. 서비스 초기부터 사용자들의 정보가 백업 데이터로 쌓이고, 제휴 관계사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명확히 알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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