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이사장은 지난 7일 자신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유시민의 알릴레오'의 한 코너 '고칠레오' 첫 방송을 통해 "대통령이 되고 싶지 않고 선거에 나가기도 싫다"고 했다.
여권 지지자 다수는 유 이사장의 당부대로 그의 선택을 존중해줬다. 리얼미터 최근 여론조사에서 범진보여권 지지층 중 유 이사장이 정계에 복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응답은 54.2%로 복귀 전망 32.5%보다 높았다.
그러나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59.3%로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28.8%보다 2배 이상 높았다. 유 이사장의 발언을 신뢰하면서도 필요 상황에 따라 그가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로 나서길 희망하는 이들이 다수인 것이다.
#유 이사장의 정계복귀를 바라거나 그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들은 과거 유력 정치인들이 정계은퇴를 번복하고 정치의 중심에 다시 선 사례들을 이야기한다.
가까이 문재인 대통령을 떠올린다. 정계은퇴, 번복, 복귀 수순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지켜오다 결국 정치적 동반자들과 지지자들의 요구에 못이겨 정치권의 중심에 들어와 결국 계파, 정당, 나라의 수장이 됐다.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을 마치고 야인으로 지내다 2009년 노 전 대통령 서거 직후 당시 야권으로부터 정치 복귀를 주문받았다.
그는 그 이전에도 청와대 비서직과 정치인은 다르다며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2004년 총선 때 열린우리당 출마를 요구받았지만 과로 등을 이유로 청와대 민정수석을 그만두고 히말라야로 트레킹을 떠났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결국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맡는 등 야권의 구심점을 역할을 하게 됐고, 2012년 대선 출마에 이어 2017년 대선 승리로 대통령이 됐다.
#대선주자들의 정계은퇴와 복귀는 한국 정치사에서 적지 않은 일로 정치권에선 이를 '정치학'의 일종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스토리가 그렇다.
김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정계를 은퇴했다. 당시 그는 "40년의 파란 많았던 정치생활에 사실상 종막을 고한다고 생각하니 감개무량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고 했다.
정계은퇴 후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고 1994년에는 아시아태평양평화재단을 설립해 통일문제에만 전념하겠다고 했지만 1995년 제1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행보를 재개했다. 지방선거 첫 유세에서 "나는 선거에 출마할 권리도 있고 유세할 권리도 있고 투표할 권리도 있다"며 사실상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정계은퇴 후 2년 여만이었다.
대선 두달 전까지만 해도 출마하지 않겠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한달 앞으로 다가오자 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는 이명박 후보가 확정돼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결국 3위로 낙선했지만 15%를 득표하며 선전했다. 이후 충청도를 기반으로 한 자유선진당을 창당해 18대 총선에서도 당선되며 정치생명을 이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도 정계은퇴를 번복한 전력이 있다. 그는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낙선한 후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전남 강진 만덕산에서 은둔하다 2년 여만인 2016년 10월 복귀했다.
#한 정치권 인사는 "유 이사장이 정치를 안한다고 하지만 팟캐스트를 하는 것 자체가 정치"라며 "얼마나 많은 지지자들이 열광하는지 보면 알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본인이 밝힌대로 대선 등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 해도 대통령을 만들 수 있는 '킹메이커'로 언제든 역할 전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또다른 인사는 "문 대통령도 정치를 하지 않겠다고 하다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 같은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며 "향후 정국 변화에 따라 지지자들이 유 이사장에게 언제 어떤 책임을 바랄지 모른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이 한때 몸담았던 정의당의 이정미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유 이사장의 '어쩔 수 없는 운명'을 말했다. 유 이사장이 공식적으로 나서든 나서지 않든 계속 대선주자로 거론될 수밖에 없는 운명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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