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마부 아닌 앞서 뛰는 말"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 2019.01.15 05:00

[머니투데이 선정 영리더 20인]발빠른 도전 3년만에 자산 3조↑…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직원들과 동떨어진 리더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마차(비즈니스)에 앉아 말(직원)을 조정하는 게 아니라 선두에서 직접 말이 돼 마차를 끌어야 한다."

머니투데이의 영리더 20인에 선정된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40·사진)가 생각하는 리더의 최고 덕목은 공감능력이다. "일방적으로 뒤에서 지시하지 않고 미래를 보는 해안과 전문성을 토대로 조직원과 "한배를 탔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앞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는 지론이다.

원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금융투자 전문가를 꿈꿨다. 1998년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입학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2학년 시절 주식 등 자산운용업 성장을 확신한 게 계기가 됐다. "한국도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 자본시장처럼 고령화, 저금리 등 여파로 은퇴 후 삶은 길어지는 데, 이자(금리) 수익은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자산 증식이 목표인 주식 등 자산운용업이 성장할 수 밖에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한 뒤에는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 2학년 때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했고 금융상품을 연구하는 재무연구학회(YFL)에 가입해 활발히 활동하며 주식, 채권 등 자산운용업에 대해 공부했다. 현재까지도 매일 두 종류 이상의 종합지와 경제 신문을 챙겨 보는 게 습관이 됐다.

2005년 대학졸업 후엔 7년 간 은행과 자산운용사에서 주식운용 전문가로 현장경험을 쌓은 뒤 2012년 8월 라임투자자문을 창업한다. 원 대표는 2005년 인턴으로 입사한 우리은행 자산운용팀에서 정직원으로 전환해 선물옵션 트레이딩 업무 등을 담당하며 3년 간 은행원 생활을 경험하게 된다.

2008년부터는 1세대 운용사인 트러스톤자산운용과 브레인자산운용 등에서 매니저로 4년을 근무한다. 당시 국내 대형 은행과 초기 국내 헤지펀드 시장을 개척하고 주도한 운용사에서 근무하면서 주식 등 자산운용은 물론 회사 경영과 관련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를 통해 창업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습득한 장점을 창업 당시 적극 수용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그것도 젊은 대표의 창업은 녹록치 않았다. 대학과 회사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라임투자자문을 설립했지만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는 창업의 걸림돌이었다.

원 대표 스스로 창업 당시를 "부모님들이 반대하진 않았지만 자식의 미래에 대해 우려가 컸다. 다행히 사업가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용기를 냈고 젊으니까 실패하면 다시 취업하면 된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 때로 돌아간다면 결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회고한다.

라임자산운용이 2012년 설립 7년만에 숱한 고비를 넘기며 고객자산 4조원(현재 3조8000억원) 규모의 업계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성장한 데는 원 대표의 공감능력이 밑거름이 됐다. 원 대표를 비롯한 모든 임직원들이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비전을 공유한 게 임직원들의 책임의식으로 이어져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라임자산운용의 전신인 라임투자자문은 설립 후 3년째인 2015년 여느 창업기업처럼 초기 경영위기인 데스밸리(죽음의계곡)가 찾아온다. 2014년 하반기부터 대표 파생상품인 ARS(절대수익추구형스와프) 수익률이 급락하고 잔고가 줄면서 대안 상품 발굴이 당면 과제로 떠오른 것이다.

그 때 원 대표의 눈에 들어온 게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 시장 이었다. 당시 사모펀드 시장의 성장에 맞춰 진입 규제가 완화되고 고객 니즈(수요)가 다양화될 것으로 확신한 그는 곧바로 2015년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인가 획득과 전문인력 채용 등 준비작업에 착수한다.

"사모 운용사로 전환해 롱숏(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 펀드 일색이던 시장에서 벗어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전략 헤지펀드를 선보이면 승산이 있다고 확신했다" 멀티전략 헤지펀드는 주식이나 채권 등 전통투자자산과 비상장기업,메자닌(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 부동산 등 대체투자자산을 섞은 상품이다.

원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국내도 해외 선진 금융시장처럼 저금리, 저성장 기조 속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 헤지펀드에 대한 니즈가 꾸준히 커졌다. 또한 2015년 10월부터 사모펀드 운용사 설립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고 최소자본금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대폭 낮아졌다.

결국 발빠르게 준비작업을 벌인 원 대표는 라임투자자문을 2015년 12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모펀드 운용사(라임자산운용)로 전환하고 멀티전략 펀드를 잇따라 선보인다. "사모펀드 운용사에 공을 들인 만큼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래서 운용사 전환 후 6개월 새 11개 멀티전략 펀드를 선보이며 공격적인 시장 선점에 나섰다"

그러자 운용사 전환 2년 째인 2017년부터 강남 등 자산가 사이에서 헤지펀드의 안정적인 수익률이 입소문을 타면서 자금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라임자산운용과 같은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잇따라 출시됐다.


실제 2015년 말 6000억원 규모던 라임자산운용의 운용자산 설정액은 지난해 말 3조6600억원 규모로 3년 만에 3조600억원(510%) 급증했다. 2015년 말 사모펀드 운용사 전환 이후 6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엔 1년 새 2조1400억원(140%)이나 늘어 헤지펀드 시장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오른쪽부터)가 최준철 VIP 투자자문 대표, 이재원 V&S투자자문 대표와 지난 2014년 10월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 불스홀에서 열린 '2014 하반기 머니투데이 투자콘서트'에서 토크쇼를 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많다. 리더, 젊은 리더로 느낀 점은.
▶창업했을 때인 2012년에는 지금보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이 더 심했다. 회사 소개 및 상품 설명회를 할 때 부모님뻘 되는 고객분들이 저에 대한 신뢰를 가지길 어려워했다. 조직내에서도 비슷한 또래의 직원들이 많다보니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에선 조직원들과의 불협화음이 생기기도 했다.

-영리더만의 틈새 전략이 있다면.
▶아무래도 젊다 보니, 공감력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조직원은 대표가 자기들의 상황을 알아주고 이해해주고 함께해주길 바란다. 저도 큰 조직의 사원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 오다보니 실무에 대해서 잘 알고 이를 토대로 효율적으로 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고 수용력이 빠르며 미래 변화에 대해 항상 관심을 가진다.

-영리더로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는.
▶가장 큰 문제는 우리 사회에 갈등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전세계에서 짧은 시간동안 가장 많이 변화하고 성장한 나라이자 가장 빨리 고령화, 저출산을 겪고 있고 저금리, 저성장에 처해 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알고 경험한 것을 가장 믿고 판단 근거로 생각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기성세대와 젊은세대, 남과 여, 서울과 지방 등의 갈등이 너무 많이 발생하고 해결하려는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

*평소에 생각하는 영 리더 대표주자를 꼽는다면.
▶직접 만나보진 못했지만 모바일금융 토스의 이승건 대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3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일찌감치 새로운 트랜드인 핀테크 성장을 예상하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엔 보험대리점 자회사를 설립해 새로운 시장인 보험업에도 진출하는 등 형식을 파괴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영 리더의 역할은.
▶기존의 규제, 형식을 끊임없이 탈피하려고 노력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사회 발전을 주도해야 한다. 이는 한국 사회에서 과거 규제와 형식 중 지금은 불필요하거나 무의미한 것들이 많은데도 바꾸기 쉽지 않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의 조건은.
▶회사가 커지면 내부적인 수익배분. 승진, 인사평가 등과 관련한 갈등이 많아질수 밖에 없고 그만큼 리더의 갈등조정 능력이 중요해진다. 조직원이 같이 한몸 한뜻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조직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리더는 시장 변화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회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미션을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변화를 수용하고 조정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롤 모델이 있다면.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꼽을 수 있다. 첫 직장이었던 우리은행의 행장이셨고 라임자산운용이 회원사인 금융투자협회 회장을 맡아 인연이 많다. 오랜 기간 신입행원과 금투협 회원사 대표로 지켜본 황 회장은 변함이 없었다. 기존의 틀과 형식을 벗어나려 했고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며 선진국 사례를 공부해 우리가 갈 길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전문지식이나 인생관,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본받을 점이 많다.

-30년 후를 그려본다면
▶30년은 너무 길어서 상상이 잘 안 된다. 다만, 은퇴 후 하고싶은 일은 금융 교육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금융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저금리, 저성장, 고령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교육이 금융이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금융에 대해 사회에 나오기 전 제대로 이해를 하는 것과 40대 들어 관심을 갖는 것과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

베스트 클릭

  1. 1 조국 "이재명과 연태고량주 마셨다"…고가 술 논란에 직접 해명
  2. 2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3. 3 한국은 2000만원인데…"네? 400만원이요?" 폭풍성장한 중국 로봇산업[차이나는 중국]
  4. 4 "거긴 아무도 안 사는데요?"…방치한 시골 주택 탓에 2억 '세금폭탄'[TheTax]
  5. 5 남친이 머리채 잡고 때리자…"너도 아파봐" 흉기로 반격한 여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