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흔적이 있는 손. 그 밑에 깔린 종이엔 이런 말이 써있다. '자나깨나 불조심'
손가락 중지에 한줄기 빛이 비친다. 그리고 한 글귀가 적혀 있다. '에너지파'
'화상'이라는 아픈 상처를 유머로 승화시킨 '강철 멘탈'의 주인공은 누굴까. 인스타그램에서 ID 'fire_charisma'를 쓰는 이 남자의 정체는 2017년 8월 18일 강원 철원군 육군 사격장에서 발생한 'K9 자주포 폭발사고'의 피해자 이찬호씨(25)이다.
이 사고로 이찬호씨는 전신의 55%에 화상을 입었다. 당시 K9 자주포에 함께 있었던 전우 중 3명은 숨지고, 이씨를 포함한 4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이찬호씨는 이 시간 동안 짧게 적어왔던 메모들을 엮어 포토에세이집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를 펴낸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책 출간을 위한 비용을 모금했고, 목표 금액의 226%(1133만3777원)가 모였다. 지난 9일 머니투데이 편집국에서 이찬호씨를 만나 사고 이후의 얘기, 책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책 제목은 제가 직접 지었어요.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죠. 1+1=2 수학공식처럼 딱 한 가지 뜻으로 정하진 않았어요.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죠. 말씀하신 것처럼 '괜찮을 리가 없는데…' 되물을 수도 있고. 어떤 이는 '요즘 건강도 찾고, 사회에도 나오고 조금 괜찮아졌나보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일단 전 큰일을 겪었지만 '괜찮다'고 말을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고, 또 많은 분들이 저를 응원해주시길 바라면서요."
"화상 흉터를 유쾌하게 드러낼 생각을 어떻게 했어요?" 기자가 물었다.
"계속 안 좋은 뉴스로만 찾아뵀잖아요. '나 힘들어요' '나 너무 아파요' 이런 어두운 면만 부각되니 욕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악플을 달거나. 좀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굳이 해석하면 이렇지만 사실 내 얘기를 올리고 소통하는 곳이 SNS(소셜미디어) 채널이잖아요. 사람들과 소통하려고 했어요. 이를 통해 힐링을 얻기도 했고요. 반대로 누군가 저를 보고 희망을 얻기도 했죠."
"한 고등학생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어렸을 때부터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말하더라고요. 큰 사고를 겪고도 밝은 모습으로 사는 저를 보면서 힘을 얻었다고 했어요. 앞으로 공부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죠. 그때 제가 정말 다른 사람에게 희망으로 비추는 사람이 될 수 있구나를 느꼈어요."
마지막으로 많은 이들에게 응원을 받은 만큼 자신도 다른 이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제 나이 또래에 아들은 둔 어머니들, 군대에 입대한 오빠나 동생이 있는 누나들 이런 분들이 제 걱정을 많이 해주세요. 너무 감사했죠. 이렇게 큰 응원과 도움을 받으니까 자연스럽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봉사활동 같은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제 뜨거움을 따뜻함으로 나누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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