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은 다 불쌍해야 하나요? 커피가 모두 쓴가요?"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 2019.01.30 06:00

아프리카 출신 난민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는 '혜화 내일의 커피'…"서로 편견 깨는 공간 됐으면"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는 "난민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김건휘 인턴기자
"커피는 쓰기만 한 음료가 아니에요. 종류에 따라 산미가 강하거나, 달콤한 향이 날 수도 있어요. 이런 선입견을 버릴 때 다양한 면을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난민에 대한 편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 뒤편에 자리 잡은 '내일의 커피'는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을 바리스타로 고용하는 카페다. 지난해 12월 말 찾은 ‘내일의 커피’ 문준석 대표는 "사람들은 난민이 무조건 불쌍하고 우울하리라 생각한다"라며 "그런 편견을 깨고, 난민에 대한 다양한 이미지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아프리카 바리스타가 내리는 아프리카 스페셜티'라는 컨셉으로 카페를 운영 중이다. 2014년에 문을 열었으니 어느새 5년째를 맞았다. 그는 "아프리카인들이 직접 내리는 아프리카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라고 '내일의 커피'를 설명했다.

'내일의 커피'에서는 '난민'이라는 글자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카페 내부는 아프리카를 연상시키는 이미지로 꾸며져 있다. 문준영 대표는 "난민이라는 단어에 카페와 바리스타의 이미지를 가두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사진=김건휘 인턴기자
어째서 '난민'이 아니라 '아프리카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난민이 일하는 카페라는 사실을 먼저 강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난민이라는 글자만을 가지고 접근하면 오히려 편견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라는 이미지가 난민보다 더 매력적일 수 있다고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이 난민에 대해서는 선입견이 있더라도, '아프리카 커피'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고 열려 있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난민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선택한 접점이 '아프리카 스페셜티' 카페라고 말했다. 분위기가 좋고 커피가 맛있는 카페를 방문한 사람들이 이후 난민들을 바라본다면 선입견을 자연스럽게 허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인지 카페 '내일의 커피'는 아프리카식 인테리어와 소품이 돋보이는 공간이었다.


'내일의 커피'는 매년 두 명의 난민 바리스타를 뽑아 그들에게 2년 동안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동안 많은 난민들이 '내일의 커피'를 거쳐 바리스타로 거듭났다.

문 대표에게 바리스타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물었다. 그는 이곳에서 일하다 간 사람들을 난민이라는 어두운 이미지로 뭉뚱그리는 것은 왜곡이라고 말했다. 그는 난민들이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항상 어둡고 우울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오히려 생동감 넘치는 에너지로 삶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문준석 대표와 카메룬 출신의 바리스타 클로디아(가명). 클로디아는 '내일의 커피'에서 2년간 일하며 훌륭한 바리스타가 돼 다른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사진제공=내일의 커피
그는 난민에 대한 편견을 커피에 비유했다. 커피는 다양한 맛이 나는 음료인데 대부분 사람은 '쓴맛'만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문 대표는 "커피는 쓸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면 다른 향은 발견할 수 없다"라며 "난민이라는 프레임만으로 이 친구들을 정의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아울러 '내일의 커피'는 "난민과 한국인들이 서로에 대한 편견을 깨는 공간이기도 하다"라며 "우리 모두 같은 사람이니까, 편견 없이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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