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 일대 아파트들의 전세가격 하락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주 수요에도 재건축된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며 전세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최저가 급매물건들만 거래되는 상황이다.
지난 4일 찾은 서울 잠실역 인근의 ‘미성·크로바아파트’. 곳곳에 걸린 ‘롯데건설 무상특화 975억 공사비 포함 잊지마라!’ 등의 플래카드가 재건축단지임을 보여줬다. 1300여가구에 이르는 이들 아파트는 공사를 앞두고 오는 27일부터 6월27일까지 이주에 들어간다. 세입자 수요가 급증하지만 인근 아파트들의 전세가격은 하락세다. 지난달 31일부터 입주를 시작한 9510가구 규모의 ‘송파헬리오시티’ 영향이 크다.
잠실동 S공인중개소 대표도 “물건이 더 많이 나왔다”며 “전용면적 84㎡는 7억원대까지도 매물이 있다”고 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 8억3000만~10억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 가격이 떨어진 것이다.
‘송파헬리오시티’는 주변 아파트 전세가격보다 더 낮게 가격이 형성됐다. 인근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워낙 입주물량이 많아 30평대 전세가격이 ‘잠실리센츠·엘스’의 20평대 전세가격과 같고 같은 평형대로 보면 2억원 정도 낮다”며 “집주인들은 형성된 전세가격이 기대치만 못하다는 반응을 내놓는다”고 귀띔했다. 일부 집주인은 낮은 전셋값에 집을 내놓느니 본인이 들어가 살겠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라는 전언이다.
싸야만 거래되는 전세시장이 됐다는 분석이다. H공인중개소 대표는 “‘송파헬리오시티’의 경우 전용면적 59㎡는 5억2000만원에 거래됐고 84㎡는 6억원 초반이 최저가 매물인데 이런 매물들만 거래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G공인중개소 대표는 “신축아파트 전세가는 워낙 비싸 가격이 하락하는데 오래된 아파트들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지난해와 비교해서 변동이 크지 않다”고 했다. 현재 융자 없는 ‘장미아파트’ 1차 전용면적 71㎡의 전세가격은 4억2000만원대다.
G공인 대표는 “전세물량이 많고 아파트 공급도 많은 데다 9·13 대책 이후 시작된 대출규제, 보유세 인상 등 악재가 많아 전세와 매매가격 모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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