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결정 과정에서 정부의 입김이 지나치게 반영된다는 점이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 각 9명, 총 27명으로 구성된다. 노사의 자율 합의가 쉽지 않은 사안인 만큼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할 공익위원이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선임한 공익위원들이 정부의 의지대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2019년 최저임금을 결정한 지난해 사용자위원들이 회의에 모두 불참한 것도 공익위원 편향성 문제를 제기하면서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이번 개편안에서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이 제시한 객관적 가이드라인 안에서 노·사·공익위원 간 협상을 통해 최저임금을 결정하면 고용 등 경제지표를 반영해 전문성을 높일 수 있고, 동시에 정치적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는 복안이다.
결국 관건은 위원 구성이 될 전망이다. 어떤 전문가를 참여시킬지를 놓고 노사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 당초 최저임금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는 노·사·정이 각 5명씩 추천해 15명으로 구간설정위를 꾸리는 방안을 권고했다. 노사 추천 위원들이 대립해 합의를 이루지 못하다면 정부 추천 위원이 구간을 정하게 되는 일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이 방식으로는 전문가들의 참여가 봉쇄돼 전문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통상 최저임금 문제를 잘 아는 전문가들은 노사단체 등에서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이 순차배제방식으로 제외될 경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지 못하는 이들 위주로 공익위원이 구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구간설정위 설치 자체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노동계는 전문가가 최저임금의 상·하한을 결정하면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정위원회의 노·사·공익위원이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상황인 터라 구간설정위에서 인상폭을 줄이려는 의도가 깔린 게 아니냐 얘기도 나온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노사가 빠진 상태에서 전문가들로만 구성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을 결정한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며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것이 최저임금인데 당사자인 저임금 노동자는 배제하고 누가 최저임금 상·하한선을 결정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도 "당사자인 노동자의 의견을 무시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최저임금 제도를 무력화하는 내용"이라며 "전문가들이 미리 구간을 설정하는 것은 노사 자율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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