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무지와 겸손함에 대하여

머니투데이 박종면 본지 대표 | 2019.01.07 05:31
우리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것보다 무지하다. 유튜브나 네이버에 가면 세상의 모든 지식이 있고 뭐든지 궁금한 것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이것들을 내 지식인 것처럼 착각한다. 게다가 주변에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고, 내 생각과 같은 정보와 뉴스가 쏟아지는 등 공동체 내에서 ‘집단사고’가 형성되고 이 ‘집단사고’에 갇혀있다 보니까 내가 아는 것 모두를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된다. 유발 하라리는 진정으로 진실을 추구한다면 ‘지식의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니코스 카잔차키스도 자신의 무지를 이런 식으로 고백한다.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나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며, 인간은 신의 아들이 아니라 짐승의 후손이며 인간 또한 총명하고 부도덕한 짐승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모든 지식의 출발점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것이다. 내가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30대 초반의 젊은 전직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적자국채 발행 및 공기업 인사개입 폭로사건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그가 대학시절 근로청소년들을 가르쳤고, 공무원 신분이면서도 촛불집회에 참여한 사실 등을 감안하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동기가 순수하다고 해서 모두가 진실인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젊은 전직 사무관은 내가 아는 것 모두가 진실이고, 내가 세상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착각이었다.
 
우선 서울신문이나 KT&G 같이 정부가 직간접으로 대주주인 기업의 CEO(최고경영자) 선임과 관련해 야당이나 노조 등에서는 부당한 개입이니 낙하산 인사니 정치공세를 펼 수 있지만 시장경제 원칙에서 보면 대주주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관료생활 경험까지 한 그가 이에 반발하고 언론사에 투서하는 행위는 무지하거나 순진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대규모 초과세수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의 국가채무비율을 높이려고 청와대가 기재부에 적자국채 추가발행 압력을 넣었다는 주장 역시 기재부의 해명과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을 통해 논리비약이고 근거 없음이 드러나고 있다. 2017년 11월 당시 적자국채 추가 발행 여부를 놓고 청와대 기재부 등에서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적으로 발행하지 않았고, 설령 발행했더라도 국가채무비율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백번을 양보해 전직 사무관의 폭로가 모두 옳다고 인정해도 적자국채 발행 압력 논란은 청와대 경제정책비서관과 기재부 관료들 간에 논의된 사안이지 청와대 및 여당 최고위층의 정치권력이 개입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정권 차원의 음모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전직 젊은 사무관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의 지적처럼 자기가 본 일부를 진실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정책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조율의 문제, 대주주의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해 좀 더 공부하고 탐구하길 바란다. 또 관료생활을 접고 나온 김에 중심부에서 떨어져 주변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가 진정으로 진리를 추구한다면 말이다. 유발 하라리는 “혁명적인 지식은 권력의 중심에서 출현하는 경우는 드물고, 중심부에만 머물면 세계를 보는 눈이 극도로 왜곡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그가 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은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겸손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겸손함은 어리석음과 무지를 치유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이번 일과 관련해 우리 사회는 좀 틀렸더라도 젊은 전직 사무관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를 포용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기재부는 그에 대한 고발을 취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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