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 세탁기 세이프가드 발효 1년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 2019.01.07 06:15
"한국이 한때 좋은 일자리를 창출한 우리의 산업을 파괴하며 세탁기를 미국에 덤핑하고 있다."(2018년 1월17일 로이터통신 인터뷰)

1년 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세탁기를 겨냥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 근거를 이렇게 설명하고 삼성전자LG전자 제품에 관세 폭탄(50%)을 투하했다. 세이프가드 청원 당사자인 월풀(Whirlpool)은 "미국 제조업의 승리"라며 이제 한국 세탁기와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게 됐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월풀의 바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은 세이프가드 발효 여부와 상관없이 월풀 대신 삼성·LG전자 세탁기를 선택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미국 세탁기 시장 점유율(4분기 미집계)을 살펴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1위(19.1%), 2위(17.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월풀은 세이프가드 발효 전 16.3%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이 15.7%로 하락했다. 이는 월풀이 자국 소비자들한테도 외면 받고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밖에 없다.

월풀 추락의 원인은 혁신의 부재다. 삼성·LG전자가 세탁기를 포함해 대부분의 가전에 AI(인공지능)와 IoT(사물인터넷) 기능을 도입할 때 월풀은 단순하게 크기만 키운 세탁기를 내놨다.


게리 코헨 메릴랜드 주립대 경영대 교수도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미국 소비자들은 각종 최신 기술에 갈증을 느끼고 있지만, 월풀은 시장에서 뒤처져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9'에서도 월풀에 기대를 거는 이는 거의 없다. 현지 업계 역시 월풀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번에는 어떤 혁신제품과 함께 파격적인 기술을 선보일지 집중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의 세이프가드 발동은 결국 자국 산업 보호가 아닌 경쟁과 혁신에 뒤처진 특정 기업을 연명시키는 미봉책으로 전락했다. 이번 CES 기간 동안 월풀 부스에 어떤 평가가 나올 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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