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 한 곳만 가는 게 지루하지 않느냐는 지인들에게 나는 항상 이렇게 답했다. 홋카이도 여행 카페에 가보면 "XX번 다녀와도 좋다"는 간증이 줄을 잇는다. 지난해 말 10번째 출입국심사 도장을 찍은 남편도, 그를 뒤따른 나도 '머글' 수준이다. 머글은 소설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마력이 없는 비(非)마법사를 이르는 말로, '초보자' 정도로 해석하면 된다.
홋카이도는 우리나라로 치면 강원도쯤 되는 곳이다. 일본에서 가장 넓은 지방자치단체이며 일본 면적의 22%에 해당한다. 면적은 남한의 80% 정도인데 세계 섬 중에서도 21번째로 크다. 위도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비슷해 추운 지방이다. 지난해엔 8월에 첫눈이 내렸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나처럼 홋카이도에 열광할 거라 생각지 않는다. 다만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격무에 지친 30대 직장인들에게는 꼭 한 번 권하고픈 여행지임엔 분명하다.
△관광보다 휴양을 좋아한다
△맥주 중 라거를 가장 좋아한다
△신선한 고기와 회를 즐긴다
△안전한 여행지를 선호한다
△숙소는 청결해야 한다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
△찜질방, 사우나, 목욕탕에서 땀 빼길 좋아한다
△국내 스키장의 슬러시같은 인공 눈이 싫다
△3시간 이상 비행이 힘들다
△여행 준비물을 잘 빠뜨린다
△쇼핑할 도시도, 산좋고 물좋은 시골도 좋다
항목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한다면? '삐빅-' 당신도 홋카이도를 좋아할 잠재적 고객님 되시겠다.
지금 홋카이도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성수기다. 지난해 큰 지진으로 잠시 관광객이 줄어 올해 2월 설 연휴에 다녀올 수 있겠다 생각을 하며 표를 찾았더니 벌써 비행기는 만석이다. 그래도 좋다. 나는 또 빈틈을 찾아 짐을 쌀 것이다. 눈의 꽃이 활짝 핀 홋카이도를 상상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