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TX와 함께 달리는 일산 집값?...역세권만 반짝, 대부분 제자리

머니투데이 고양(경기)=김사무엘 기자 | 2019.01.04 06:00

[생생부동산]킨텍스역(예정) 인근만 웃돈 붙고, 다른 곳들은 '집값 제자리'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 공사 중인 '킨텍스 원시티' 전경. 단지 건너 사거리에는 GTX-A 노선 착공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렸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GTX 개통 기대감으로 킨텍스 원시티 분양권에는 수억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지난달 27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 착공식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이재명 경기도지사, 박순자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 심상정 정의당 의원, 이재준 고양시장 등 정부와 국회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했다. 그만큼 GTX 착공은 지역의 최대 이슈이자 주민들이 수년간 고대하던 숙원사업이었다.

이날 김 장관은 축사에서 "GTX가 개통되면 킨텍스에서 서울역까지 단 16분 만에 주파해 이동시간을 70~80% 이상 획기적으로 단축 시킬 것"이라며 "그동안 만성적인 교통난으로 많은 불편을 겪은 시민 여러분께 오늘 착공식이 조금이나마 희망과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착공 이후 일산 주민들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GTX가 개통되면 서울 출퇴근난이 해소될 뿐더러 집값도 덩달아 오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철도망을 새로 건설할 때는 통상 예비타당성 통과와 착공, 개통 등 주요 단계마다 집값이 뛴다.

하지만 집값을 잡기 위한 정부의 전방위적인 규제와 3기 신도시 등 공급대책으로 일산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 현장에서도 GTX 예정역 인근 일부 단지만 상승세를 보일 뿐 대다수 단지는 집값이 제자리걸음이다. 부동산 경기나 정부 정책이 받쳐주지 않는 한 GTX 착공 후에도 극적인 집값 상승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GTX 킨텍스 예정역 인근 분양권 웃돈 3억5000만…구축 아파트도 18.6% 상승

지난해 마지막날 찾은 일산은 착공식을 알리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있었고 분양단지 앞에는 GTX를 활용한 광고가 눈에 띄었다.

GTX 기대감이 가장 큰 곳은 킨텍스역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킨텍스 사거리 주변이다. 이곳에는 '킨텍스 원시티' '킨텍스 꿈에그린' '일산더샵 그라비스타' 등 신축 단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이들 신축 단지의 분양권에는 현재 3억~3억5000만원 가량 프리미엄(웃돈)이 붙었다. 킨텍스 원시티 M1블록의 경우 지난해 9월 분양가 5억 5000만원의 84㎡(이하 전용면적)가 8억 860만원에 거래된 것이 가장 최근 거래다.

장항동 T공인중개소는 "GTX 착공이 가까워지면서 매물을 거뒀다"며 "호가는 오르는데 매물이 없어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에선 신축뿐 아니라 기존 아파트도 상승세다. KB부동산에 따르면 킨텍스역 예정지와 가까운 '문촌19단지 신우' 77㎡ 시세는 지난해 1월 3억3500만원에서 지난달 3억9750만원으로 1년 새 6000만원(18.67%)이 뛰었다. 지난해 수억원씩 뛴 서울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같은 기간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이 0.01%로 사실상 보합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상승폭이다.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동에서 공사가 한창인 '힐스테이트 일산' 단지 앞에 GTX-A 노선 착공과 관련해 상가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GTX역 인근만 '반짝', 일산 중심도 집값 제자리…"부동산 규제 영향 커"

GTX의 기운이 일산 전체로 퍼지기엔 이른 듯했다. 지난해 일산 집값은 인근지역의 공급과잉, 정부의 부동산규제 강화 등으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일산동구뿐 아니라 일산서구도 지난해 아파트값 상승률은 0.36%에 불과해 경기도 전체 평균(3.79%)보다도 낮다.

GTX 효과도 예정역 인근 단지에만 '반짝' 나타날 뿐 조금만 멀어져도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일산 중심지로 인식되던 후곡마을의 경우 7단지 동성 시세는 3.3㎡당 1076만원으로 지난해 내내 변동이 없었다. 6단지 건영은 지난해 1월 3.3㎡당 1063만원에서 지난달 1025만원으로 오히려 3.57% 하락했다.

일산동 P공인중개소는 "조정대상지역 규제로 대출이 묶인 영향이 크다"며 "GTX 기대감은 전반적으로 높지만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있어 선뜻 투자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9·13대책으로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한 것이 어려움을 가중시켰다고 설명했다.

@머니투데이 최헌정 디자인기자
입주한 지 20년이 지나 도심은 갈수록 노후화가 진행되는데 GTX 외 마땅한 호재가 없는 것도 일산 집값이 주춤한 원인 중 하나다. 인근 원흥·삼송·지축·향동 등 신규 택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일산 수요가 이들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부의 3기 신도시와 수도권 공공기관 지방이전 정책도 일산 주민은 불만이다. 지역 공동화 속도를 빠르게 하고 베드타운으로 전락시킨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공기관 지방이전 방침에 따라 일산 소재 국립수산물품질관리원, 한국교통연구원, 국방대학교 등이 지방으로 옮겨갔다.

장항동에 한류월드 사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K-POP(케이팝) 아레나 건립 무산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K-POP 아레나는 K컬쳐밸리로 사업을 바꿔 지난해 11월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고 나서야 겨우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 사업으로 축구장 46개(30만2153㎡)에 해당하는 면적에 △테마파크(23만7401㎡) △상업시설(4만1724㎡) △융복합공연장·호텔(2만3028㎡)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정부가 서울과 가까운 곳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한 것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우려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입주가 본격화하는 7~8년 뒤에는 일산 아파트들이 재건축해야 하는 시기와 맞물리지만, 3기 신도시로 수요를 뺏길 경우 재건축 추진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고양시는 올해도 약 1만가구 입주가 예정돼 있어 물량이 적지 않다"며 "부동산 규제와 전반적인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GTX 개통 효과가 당장 나타나긴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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