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임세원 교수 12년 환자 "덕분에 삶 지탱했는데"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김영상 기자, 서민선 인턴기자 | 2019.01.02 15:57

2일 오후 2시부터 빈소 조문객 받아…"남에게 따뜻, 자신에겐 엄격" 추모 물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빈소에 화환이 들어가고 있다. / 사진=뉴시스

"선생님 덕분에 지금껏 내 삶을 잘 지탱할 수 있었는데…"

2일 서울 종로구 서울적십자병원 장례식장 301호에 차려진 고(故) 임세원 교수(47)의 빈소를 나서는 주은화씨(55)는 고개를 떨궜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고소공포증을 앓아 온 주씨는 12년 전부터 임 교수에게 진료를 받던 환자였다.

주씨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는데, 추운 날씨에도 명복을 빌고 싶어서 왔다"며 "임 선생님은 다른 분들과 다르게 답변을 하나하나 다 해주시는 자상한 분이었다"고 고인이 된 임 교수를 추억했다.

이어 주씨는 "마지막으로 뵌 것이 10일 정도 전인데 임 선생님은 다른 선생님과 달리 일어서서 공손히 인사를 해주셨다"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진료 중이던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맞아 사망한 임 교수의 빈소에 추모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차려진 빈소는 침통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은 평소 임 교수가 베풀었던 따뜻한 마음과 인술을 기억하며 임 교수를 추모했다.

오후 2시20분이 넘어가자 임 교수가 평소 근무했던 강북삼성병원의 간호사 20여명은 단체로 빈소를 조문했다. 일부 간호사들은 눈물을 흘려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빈소를 찾은 한 남성은 큰 목소리로 오열하기도 했다. 병원 관계자들은 사고 충격과 슬픔에 취재진의 질문에도 굳게 입을 닫았다.


빈소를 찾은 임 교수의 고려대 의대 동기 백종우 경희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고인은 남들에게 항상 겸손하고 따뜻하게 표현하면서도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한 사람이었다"며 "학교 다닐 때도 유난히 책임감이 강했는데 이번에도 예약 없이 오는 환자를 받은 것을 보면 그 친구의 평소 모습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44분쯤 자신이 진료하던 박모씨(30)에게 살해당했다. 박씨는 진료 도중 흉기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놀라서 몸을 피하다가 복도에서 넘어진 임 교수의 가슴 부위를 수차례 찔렀다.

흉기에 찔린 임 교수는 곧장 응급실로 옮겨져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오후 7시30분쯤 숨졌다. 임 교수는 급박한 순간에도 간호사들에게 피할 것을 알리고 이들의 대피 여부를 확인하는 등 동료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간호사를 대피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볼 수 있는 모습이 CCTV(폐쇄회로화면)상에 포착됐다"고 밝혔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박씨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박씨는 영장심사 출석 당시 취재진이 "왜 죽였나", "유족에 할 말이 없나" 등을 묻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박씨는 이르면 이날 중 구속 여부가 결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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