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송의 덕생덕사] 당신 옆 동료도 '덕질' 중입니까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기자 | 2019.01.02 11:24

편집자주 | [편집자주] 내 몸 안에는 덕질(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의 DNA가 있습니다. 덕생덕사, 덕질에 살고 덕질에 죽고! 누가 돈을 주면서 시켜도 못할 또는 안할 일들을 왜 미쓰송은 해야만 했나? 이제껏 몸소, 또는 간접 체험한 덕질과 팬질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습니다.

사진의 내용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사진출처=https://pixabay.com

#“미쓰송은 집에 가면 뭐해요?”
“저는 뭐, 컴퓨터도 하고, 핸드폰도 하고, 영화도 많이 보는 편이에요.”
“그렇구나. 요새 삶의 낙이 없더라고. 심심한데 하고 싶은 것도 없고, 매일이 똑같고.”
“아, 네. 그렇죠. 사실 저도 그런 것 같아요. 하하...(하품)”

회사 선배에게 말끝을 흐리던 미쓰송은 사실 밤늦게까지 뉴떡밥(새로운 사진이나 영상물. 낚시를 할 때 물고기를 잡기 위해 떡밥을 뿌리는 것처럼 팬질을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말함)을 다 보지 못해 지쳐 잠들었단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

검색 사이트에서 영어로, 스페인어로, 러시아어로 번역기 돌려가면서 열심히 페이지를 넘겨 검색해가며 찾은 것들이지만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해 미처 다 챙겨보지 못한 것이다. 다 비슷한 사진인데 각도가 달라 사진마다 저장하고 조금 더 고화질을 찾다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이 세상에는 남녀노소 생각보다 많은 오타쿠(오덕후, 덕질하는 사람들), 즉 매니아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암약하고 있다. 지금 바로 당신의 옆에서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 그 사람을 한 번 자세히 관찰해보라.

그가 사실은 회사 컴퓨터의 한쪽 구석에 조용히 음악 플레이어를 켜 놓은 열혈 아이돌 팬인지도 모른다. 그는 지금 스밍 중이다.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음원들로 리스트를 만들어 반복재생을 하는 걸 스밍이라고 한다. 음원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서다. 그래서 회사 컴퓨터는 24시간 꺼지지 않는다.

그 사람의 가방에 달린 열쇠고리는 사실 저번 달에 있었던 아이돌 콘서트의 공식 굿즈이고, 핸드폰 배경화면도 평범한 야경 사진 같지만 최멤(아이돌 그룹 중 가장 좋아하는 멤버)이 여행을 가서 찍어올린 사진일 수도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뭔가 숨길 게 많아진다는 거다. 갑자기 핸드폰을 보고 혼자서 웃고 있을 때 왜 웃냐고 물으면 대답을 못할 것이다. 가끔은 뭔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다 혼자 입을 다물 것이다.


갑자기 휴가를 내기도 할 것이다. 원래 연예인들 스케쥴이란 예측 불가능이다. 그들을 쫓아가려면 휴가가 필요하다. 휴가는 무제한이 아니기에 본인을 위해서는 쓰지 못하지만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덕질이나 팬질은 거의 같은 뜻이지만 조금 다르다. 팬질은 주로 연예인이나 어떤 인물에 한정돼 쓰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덕질은 그야말로 대상은 무궁무진 무제한이다. 예를 들어 ‘나 기차 팬질해’는 이상하지만 ‘나 기차 덕질해’는 가능하다.

축구 선수를 좋아하다가 축구 자체를 덕질 대상으로 삼을 수도 있다. 잘 연계되면 축구 팀 프론트로 취직하거나 관련 회사에서 근무도 할 수 있는 엘리트 코스를 밟게 될 수도 있다. 미쓰송은 팬질 위주로 활동했지만 덕질도 조금 맛은 봤다. 물론 아주 조금.

덕질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이건 DNA의 문제다. 소위 덕NA(덕질의 DNA)가 있는 사람들만이 덕질을 한다. 휴덕(덕질을 쉼)은 있지만 탈덕(덕질을 그만둠)은 없다고 덕NA는 타고나는 거다.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머글들에게는 그저 ‘미친 짓’으로 보일 뿐이다. 어째서 ‘그분’이 손 흔들고 지나가는 5분의 즐거움을 위해 밤을 새면서라도 기다리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미친 짓도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 외국에서 콘서트가 열리는데 돈 또는 시간이 없다면 이미 당신은 Fail. 집에서 컴퓨터를 부여잡고 밤새 검색 사이트를 전전하며 고화질 사진을 찾아다닐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운이 좋게 어떤 통 큰 사람이 공유해 놓은 조각 동영상들을 보며 눈물을 흘릴 지도 모른다.

미쓰송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덕질과 팬질, 그들이 사는 세상을 조금 꺼내 머글(해리포터에서 등장하는 용어로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사람. 여기에선 덕질을 하지 않는 사람들)들에게 살짝 맛을 보여주기로 했다. 특이한 사람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쉬는 시간에 뭘 하느냐 물으면 아무것도 안 한다는 새하얀 거짓말을 하면서 오늘도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일코(일반인 코스프레. 팬질이나 덕질을 하면서도 외부에 말하지 않고 혼자 조용히 하는 것을 말함)를 하는 동지들이 많다. 비록 미쓰송은 실패했으나 (눈물) 끝까지 존버(계속 버티기)해 일코에 성공하시길, 덕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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