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준비하면서

머니투데이 이덕범 선인고 교장 | 2018.12.21 04:00

"기계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이런 물음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고개를 가로저었지만, 알파고의 등장은 사람들의 판단이 잘못됐음을 일깨워줬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인공지능(AI)의 도입으로 산업 구조와 사회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가 예상되는 오늘날 이런 믿음은 완벽하게 빗나간 셈이다.

이렇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도태되지 않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단순히 지식을 암기하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 개개인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해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길러낼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7차 교육과정 이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르기까지 교육과정이 추구한 목표는 다양한 학습 욕구 충족과 학생의 학습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교육과정의 취지에서 벗어나 학생들은 학교에서 선택한 교과목만을 배우고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탈피해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이수해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하면 졸업을 인정받는 교육과정이수제도인 '고교학점제'는 교육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면 고교학점제로 가는 길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현재 우리나라 고등학교의 현실은 어떤가. 수업은 얼마나 활동 중심의 학생 참여형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학생이 성취목표에 도달해 가는 과정을 상시로 평가하고 있는지 냉정하게 돌아보고 미흡하다고 생각되면 한시 바삐 보완해 순조롭게 교육과정이 운영될 수 있어야 고교학점제가 학교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를 첫해 운영해 본 결과 요즘 우리 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자신이 선택을 해야 한다는 상황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거나 난감해 하는 처음의 모습보다는 많이 안정되고 차분해졌다.


자신들의 학교생활이 훨씬 만족스러워졌고 다음 학기 준비를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유익할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모습까지 보면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체감하고 있다.

선생님들 또한 지금까지의 수업 방식에서 과감히 벗어나 학생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추고 자기연찬에 열정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벌써부터 발 빠르게 움직여 왔다.

물론 이런 과정들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면서도 헤쳐 나가야 할 과제라고 받아들이고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앞서 나가고 있고 뒤따르는 선생님들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학교는 이런 분위기에 맞춰 선생님들의 교수학습 역량을 비롯한 전문성 향상의 기회를 최대한 많이 부여해야 할 것이고 교육 당국은 이 분야에 행정·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처럼 고교학점제 시행을 계기로 학교가 변하고 수업이 달라져 미래를 잘 살아 갈 수 있는 역량 있는 인재를 제대로 길러 낼 수 있게 된다면 그 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는가.

이덕범 인천 선인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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