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허락받은 '개인체험학습' 참변…책임소재·법적처벌은

머니투데이 박보희 , 김종훈 , 안채원 인턴 기자 | 2018.12.19 09:42

[the L] "보일러 배기통 문제라면 펜션 측 책임…학교에 책임 묻기는 어려워"

(강릉=뉴스1) 고재교 기자 =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개인체험학습에 참여한 고등학교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던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수사하고 있다. 2018.12.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강원도 강릉의 한 펜션에서 고등학교 3학년 학생 3명이 숨진 사고 원인으로 가스보일러에서 배출된 일산화탄소(CO) 중독이 지목됐다. 실제 보일러 배기통에 문제가 있어 사고가 났다면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펜션 측은 민형사상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개인체험학습 허가를 받았더라도 학교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9일 경찰에 따르면 펜션의 가스보일러와 배기통 연결 부위가 어긋나있는 것을 발견한 경찰은 해당 보일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보내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전일 오후 1시 12분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서울 대성고 3학년 남학생 3명이 숨지고 다른 남학생 7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고 현장 감식 과정에서 보일러와 배기구를 연결하는 연통이 분리돼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이 어긋난 연결 부위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배기통은 연소한 폐가스를 실외로 내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연결 부위에 틈이 생기면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돼 실내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보일러 연통이 (몸통과) 떨어져 있던 부분을 확인했다"며 "가스 누출 등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학생들을 구조할 당시 소방당국이 펜션 내 일산화탄소(CO) 농도를 확인한 결과 정상 수치(8시간 기준 20ppm)보다 높은 150ppm이 측정됐다.

만약 보일러 배기통 문제로 사고가 발생한 것이 확인될 경우 시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펜션 측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펜션 측에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적용이 가능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 이경의 최진녕 변호사는 "펜션 측의 과실이 밝혀질 경우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상해죄로 처벌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민사상으로 1차 책임은 점유자 즉 펜션 운영·사업자에게 있고 2차 책임은 건물 소유자에게 있다"고 봤다. 이어 "만약 점유자가 임차인이고 손해배상을 할 충분한 능력이 없을 경우 건물 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이라며 "그동안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한 업무상 의무 위반 책임도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수민 법무법인 현재 변호사 역시 "펜션 시설 문제로 사고가 발생했다면 과실치사상을 적용, 펜션 측에 민형사상 책임이 있다"며 "과거 연탄가스를 많이 사용하던 시절, 연탄가스 중독으로 사망할 경우 과실치사로 집 주인이 처벌받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학교 측에 책임을 묻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참사를 당한 학생들은 수능 시험 후 학교에서 '개인체험학습' 명목으로 학교의 허락을 받고 여행을 떠났다. 초·중등교육법시행령에 따르면 학교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교외체험학습을 허가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외체험학습은 학칙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수업으로 인정된다.

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학생들끼리 사적으로 여행을 간 것으로 보인다"며 "학생들의 개인체험학습 신청서 내용이나 허가서 내용 등을 정확히 봐야겠지만, 확실히 학교 책임이 명시돼있지 않는 이상 학교에까지 책임을 묻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전 변호사 역시 "수능이 끝나고 난 뒤 고3들은 수시나 면접 준비 등을 이유로 학교를 안가는 등 관리가 안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같이 관리가 안되는 부분이나, 개인체험학습이 안되는데 학교 측이 허락을 해줬다면 이에 대한 행정적인 책임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사망에 대한 책임을 학교에 묻기는 인과관계가 약하기때문에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 구체적으로 예측이 될 경우 교사 등은 보호·감독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을 진다"며 "계획상으로 위험한 요소가 있어 사고를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가 아니라면 학교 측의 책임 인정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개인체험학습 허용 자체에 대한 안전문제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논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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