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펜션 사고 원인 "일산화탄소 중독 가능성"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8.12.18 17:42

(종합)현장 간이 측정 당시 일산화탄소 농도 150ppm… "저농도 일산화탄소에 장기 노출됐을 수도"

18일 강원 강릉시의 한 펜션에서 개인체험학습에 참여한 고등학교 남학생 10명이 단체로 숙박하던 중 숨지거나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경찰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수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수능을 치르고 개인체험학습을 떠난 고 3 수험생 3명이 강원도 강릉시 한 펜션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은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는 소방 관계자의 말에 따라 가스 유출 등 사고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다. 유은혜 교육부총리와 사망학생 소속 학교 관계자 등은 현장으로 가 사태 파악에 나섰다.

소방과 경찰 당국에 따르면 18일 오후 1시 12분쯤 강원 강릉시 저동의 한 펜션에서 수험생 3명이 숨지고 7명이 의식을 잃은 채로 발견됐다. 이들 10명은 학교에서 '개인체험학습' 명목으로 허락을 받고 수능 시험 후 친구들끼리 강릉으로 떠난 서울 대성고 3학년 학생들이었다. 강릉경찰서 관계자는 "펜션에 들어온 날짜는 전날인 17일이었으며 숙박한 학생 중 1명이 2박3일로 예약한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최초로 발견한 것은 펜션 주인이다. 강원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펜션 주인이 최초 발견해 신고했으며 '10명의 학생들이 보호자 동의하에 숙박을 했는데 확인해보니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져있으며 의식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말했다. 사망자를 포함한 학생들은 모두 △강릉아산병원(6명) △동인병원(2명) △고려병원(2명)으로 이송됐다.

해당 펜션은 단독주택으로 사용되다 올해 2월부터 신규로 영업을 시작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부등본 열람에 따르면 해당 펜션은 강원도 경포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곳으로 2014년 4월 일반철골구조의 2층 단독주택으로 지어졌다. 2인부터 5인까지 이용이 가능한 1층 3개방, 2층 2개방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학생들은 해당 건물에서 유일하게 베란다에 보일러가 있던 2층의 방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원인은 일산화탄소 유출과 이로 인한 중독이 꼽힌다. 경찰은 현장의 일산화탄소 농도가 높았다는 현장 구조대원의 진술에 따라 가스 유출 여부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김진복 강릉경찰서장은 긴급브리핑에서 "일산화탄소(가 유출될) 시설이 뭐가 있는지 염두에 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자살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다. 김 서장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겠다"면서도 "현재까지 타살 정황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저농도의 일산화탄소에 오랫동안 노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구조대원이 측정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0ppm이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 1400ppm 정도를 20~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정도 흡입했을 경우 사망할 가능성이 있다"며 "높은 농도의 일산화탄소를 흡입하면 어지러움·메스꺼움 등 증상이 바로 나타나는데 참변을 당한 학생들은 고농도가 아닌 저농도의 일산화탄소를 오랜 시간 흡입해 자각하지 못하다가 사망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산화탄소가 발생할 수 있는 곳은 현재까지 가스 보일러로 추정된다. 이창우 숭실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연료통이 밖에 있어도 펜션이라면 화장실에 보일러가 있을 것"이라며 "보일러 상단에 배기통이 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18일 발생한 강릉 펜션사고와 관련해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성근 학교정책실장 등이 사건 소식을 접한 뒤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사고 현장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유 장관이 현장 상황을 파악한 뒤 후속대책 등을 논의하는 한편 박백범 교육부 차관을 중심으로 상황점검반을 구성하고 회의를 열었다.

학생들이 소속된 서울 대성고에서도 교사들이 현장으로 이동했다. 서울 대성고 관계자는 "교사들이 현장으로 이동 중"이라며 "자세한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은 개인체험학습 기간이며 1·2학년은 시험 기간"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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