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아이돌에서 힙하퍼까지 연말콘서트 ‘춘추전국시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 2018.12.20 18:01

‘페스티벌 제네레이션’ 이후 라이브 무대에 대한 관심 ↑, 소규모에서 대형 무대까지 ‘활황’

편집자주 | 연말연초 라이브 콘서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1만 명 관객을 단 몇 분만에 매진시키는 아이돌 그룹의 공연부터 기성 뮤지션의 브랜드 콘서트, 힙합 페스티벌까지 다양하다. 한국에서만 3000억, 세계적으로 28조원에 달하는 공연 관련 시장 중 절정을 이루는 연말과 1월 콘서트 무대를 들여다봤다.

방탄소년단이 지난 10월 6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개최한 '러브 유어셀프'(LOVE YOURSELF) 투어 콘서트에서 4만명의 팬들이 운집한 가운데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지난 2011년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프랑스 공연은 아시아 무대를 주요 거점으로 삼던 케이팝의 콘서트 외연을 유럽으로 확장한 첫 사례였다. 비슷한 시기, 아이돌그룹 JYJ는 프랑스는 물론, 스페인·독일을 거쳐 멕시코와 칠레까지 횡단하며 케이팝 콘서트의 저변을 확대했다.

JYJ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백창주 대표는 당시 “2000, 3000명 (유럽) 관객은 손익분기가 맞지 않지만, ‘선투자 후인지도’ 측면에서 필요한 부분”이라며 “두 번째 이후 방문에선 케이팝에 대한 관심과 콘서트 모객이 늘어날 걸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금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로 떠오른 방탄소년단(BTS)은 출발부터 국내보다 해외 무대에 집중하면서 선두 주자의 후광 덕을 온전히 맛봤다. 2010년대 중반 탄생한 아이돌그룹들은 대개 해외 공연에서 얼굴을 알리고 국내에 눈도장을 찍는 식의 ‘역순환 콘서트’로 생존을 모색했다.

방탄소년단의 랩몬스터는 지난해 단독 전화인터뷰에서 “1년에 6개월 이상 해외에서 공연한다”며 “같은 노래를 50번 이상 해도 단 한 번도 같은 무대를 연출한 적이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아이돌 그룹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라이브 무대와 거리가 멀고 음원이나 방송용으로 소비되기 일쑤였다. 2004년 ‘2세대 아이돌’ 동방신기가 탄생한 후 외모·춤·가창 등 라이브에 필요한 재능이 전 멤버에게 골고루 요구되면서 아이돌 콘서트 시장도 급격히 늘어났다.

2000년대 후반엔 국내보다 해외에서 수익이 많이 나는 구조 덕분에 아이돌 국내 콘서트는 ‘간혹’ 열렸지만, 해외 인지도로 쌓은 국내 역수입 콘서트가 대형 무대로 이어지면서 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국내 가수들의 콘서트 시장은 지금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국내 최대 온라인티켓사이트 인터파크(시장 점유율 70~80%)의 지난 11년간 콘서트 판매 추이를 보면 2008년 1233억원이던 판매액이 2018년 22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2012년 1312억원이던 판매액은 이듬해 1717억원으로 30.9% 증가했고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2017년까지 1800여억원으로 주춤했지만, 올해 지난해 대비 20.5% 증가한 22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라디오로 ‘귀’를, TV로 ‘눈’을 호강시키던 시대에서 총천연색 라이브 무대로 ‘오감’ 만족을 주는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눈에 띄는 아이돌 그룹만 살아남는 라이브 시장이 아닌,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라이브의 활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2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18 마마 팬스 초이스 인 재팬'(MAMA FANS’ CHOICE in JAPAN)에서 워너원이 멋진 무대를 연출하고 있다. /사진제공=CJ ENM

2016년 인터파크 연간 판매순위 ‘톱10’에선 1위 ‘BTS 라이브’ 등 아이돌 그룹이 6개나 올랐지만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2위) ‘서울재즈페스티벌’(7위) ‘지산 밸리록 뮤직 페스티벌’(9위) 등 모두가 즐기는 야외 공연의 위력도 만만치 않았다. 또 요즘 ‘핫’한 힙합으로 꾸린 ‘청년 대구로 힙합페스티벌’(4위)도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국내 콘서트 모객에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해외로 진출한 한국의 대표적 공연 콘텐츠인 CJ E&M의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즈'(MAMA)나 '케이콘'(KCON)은 해외 공연 팬들에겐 '머스트 시'(Must see) 무대로 통한다. 지난 10일 서울, 일본, 홍콩으로 이어진 '마마'는 각국 팬 4만여 명이 모였고 생중계 시청 인원만 세계 200개국, 3200만 명에 이르렀다.


케이콘 무대에선 대부분 자리를 예약한 백인들이 콘서트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 떡볶이를 먹고 화장품을 사용하며 한국의 종합 문화 콘텐츠로 인식한 지 오래다.

세계 음악 산업의 지형도 콘서트로 움직인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세계 음악산업 규모는 전년대비 3.4% 증가한,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471억 7300만 달러(약 53조 3054억원)였다. 이중 공연음악 시장은 전체 음악산업의 약 53%(28조원)를 점유해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콘서트 시장의 장르적 외연이 커지고 매출액이 증가하는 것은 기술 발달과 다양한 라이브 콘텐츠의 확산 때문이다. 유튜브의 급격한 성장으로 ‘골라보는 다양한 라이브’ 무대가 실시간 업로드 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비주류 음악들이 생중계 콘텐츠로 관심을 받으면서 ‘개인 취향’이 반영된 라이브 무대가 오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의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페스티벌 제너레이션’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질 정도로 세대를 막론한 공연 팬들이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자리잡았다”며 “이들에게 체화된 공연 친밀성이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계속 이어지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록이 상대적으로 저문 자리는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과 힙합 장르가 채워 빠르게 공연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지상파와 CJ 계열의 케이블 채널들이 오디션 프로그램의 새로운 변형, 즉 래퍼 중심의 경연 콘텐츠로 대체하면서 제2의 라이브 시장을 견인하고, 기존 가수와 뛰어난 숨은 아마추어의 협연 등 한 번쯤 라이브로 보고 싶은 콘텐츠가 TV를 통해 재생산되면서 라이브의 춘추전국시대가 각양각색으로 펼쳐지고 있다.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 전국 투어 콘서트 포스터. CJ ENM의 한 관계자는 “올해 진행된 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 종료 후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힙합 팬들의 욕구를 반영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자료제공=CJ ENM

CJ E&M의 한 관계자는 “올해 진행된 엠넷 ‘쇼미더머니 트리플세븐’과 ‘고등래퍼2’는 프로그램 종료 후 실제 공연을 보고 싶어하는 힙합 팬들의 욕구를 반영해 전국 투어 콘서트를 진행했다”며 “‘슈퍼스타K’, ‘프로듀스 101 시즌2’ ‘보이스키즈&보이스코리아’ 드라마 ‘응답하라 1988’ 등도 콘서트 무대로 연계해 라이브 시장의 큰 축을 담당하며 시청자의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12월에만 수백 개의 콘서트가 존재하지만 넘어야 할 숙제도 적지 않다. 세계 음악 시장 1, 2위인 미국과 일본과 달리, 한국은 서울에만 음악산업(음반, 공연 등 모두 포함)이 주로 몰려있기 때문.

한국콘텐츠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음악산업 전체 매출액의 65.3%인 3조 4655억원이 서울 매출액으로 집계됐다. 콘서트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면 지방 공연 활성화를 위한 공연 시설 확충, 다양한 콘텐츠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와 함께 이용자 경험을 중시하는 음악 산업의 질적 변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VR(가상현실)을 활용해 공연의 몰입도를 높이고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시도가 글로벌 음악산업의 주요한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 단순히 듣는 음악에서 보고 즐기는 음악으로의 전환을 통해 음악이 다차원적 엔터테인먼트 플랫폼으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이벤트 전문업체인 이븐브라이트는 ‘2017 뮤직트렌드’ 보고서에서 “몰입형 공연 경험을 제공하는 극장과 이를 활용한 음악 공연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음악 공연 또한 스토리텔링을 갖춘 다차원적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유영재, 선우은숙 친언니 성폭행 직전까지"…증거도 제출
  3. 3 장윤정♥도경완, 3년 만 70억 차익…'나인원한남' 120억에 팔아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