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제로페이 진짜 '적'은 카드사 아닌 카카오페이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8.12.19 19:49

[제로페이 실험]<3>카카오페이, 결제방식·소상공인 수수료 제로페이와 유사한데 카카오톡으로 '날개'

편집자주 | 정부 주도의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시범사업의 첫 발을 내딛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하고 결제 편의성도 높지 않아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제로페이가 이같은 우려 섞인 시선을 벗어던지고 서민용 결제 서비스로 안착할지 살펴봤다.



제로페이는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결국 카드 결제를 대체하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제로페이의 실질적인 경쟁 상대는 카드사가 아니라 카카오페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카카오페이의 ‘소상공인 결제’는 제로페이와 마찬가지로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스캔해 계좌 이체하는 결제 서비스로 소상공인에겐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카카오페이는 여기에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가맹점이 가파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카카오페이 오프라인 가맹점은 이달 중순 현재 약 18만여개다. 이중 수수료 부담이 전혀 없는 소상공인 결제 가맹점이 13만개에 이른다. 제로페이가 연매출 8억원 이하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 0%를 적용하는 반면 카카오페이의 소상공인 결제는 연매출에 상관없이 신청을 받아 1인 가맹점주 위주로 수수료를 면제해준다.

수수료가 발생하는 ‘매장 결제’는 기업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58개 업체의 5만여개를 확보했다. 매장 결제는 소비자가 카카오톡으로 생성한 QR코드를 가맹점이 스캔해 결제하는 방식이다.

카카오페이는 소비자 입장에선 별도의 간편결제 앱을, 가맹점 입장에선 별도의 가맹점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제로페이보다 편리하다. 제로페이는 소비자 휴대폰에 네이버페이나 페이코, 은행 결제 앱 등이 있어야 결제가 가능하다. 가맹점주들은 가맹점 전용 앱을 설치해야 소비자가 전송한 거래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 카카오페이는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카카오톡 내에서 결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카카오톡 내의 카카오페이에 연동된 은행 계좌를 통해 카카오머니를 충전한 후 이 충전액으로 거래하기 때문에 결제를 취소해도 즉각 환불이 가능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계좌 대 계좌’가 아니라 ‘카카오페이 계정 대 계정’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거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말했다.


제로페이에 별다른 소비자 대상의 판촉행사가 계획되지 않고 있는 반면 카카오페이는 다양한 프로모션을 통해 소비자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일정금액 이상 결제시 할인 혜택 제공, 경품 증정, 상품권 추첨권 제공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매주 지정된 브랜드 매장에서 결제시 추첨을 통해 100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매장 결제의 경우 수수료율이 평균 2.2% 수준인데도 가맹점이 늘고 있는 것도 이같은 프로모션 효과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브랜드사 입장에서 다양한 프로모션에 따른 소비자 유입 및 매출 증대 효과가 수수료 부담보다 크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로페이는 높은 소득공제율이 장점이지만 소비자 유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체크카드 활성화를 위해 소득공제율을 신용카드 대비 두 배로 높였지만 사용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며 “소득공제만으로는 신용카드 고객을 끌어오는 유인이 되기 힘들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당초 제로페이 참여사 중 하나였지만 시범사업 불참을 결정했다. 카카오톡 회원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가맹점 확대가 중요한데 제로페이의 사업구조가 이와 상충된다고 판단해서다.

카카오페이는 상황에 따라 향후에 제로페이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가능성이 낮다는게 업계 중론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없어도 충분히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는데 굳이 제로페이에 참여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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