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수료 줄인 제로페이, 신용카드 넘어설까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8.12.19 18:25

[제로페이 실험]<1>20일부터 시범운영…소상공인 혜택 확실하지만 소비자 유인책은 의문

편집자주 | 정부 주도의 간편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시범사업의 첫 발을 내딛었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소비자 유인책이 부족하고 결제 편의성도 높지 않아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제로페이가 이같은 우려 섞인 시선을 벗어던지고 서민용 결제 서비스로 안착할지 살펴봤다.



소상공인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일 목적으로 추진된 제로페이가 20일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가맹점 입장에선 낮은 수수료가 가장 큰 장점이지만 영세 가맹점의 경우 오히려 0% 수수료의 매력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카드 대비 혜택과 편의성이 크지 않고 거래 취소시 환불도 우려된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제로페이는 사각형의 2차원 바코드인 QR코드를 활용한 계좌이체 방식의 결제 서비스다. 소비자는 네이버페이와 페이코 등 간편결제 앱이나 은행 결제 앱으로 제로페이 가맹점에 비치된 QR코드를 휴대폰으로 스캔한 후 거래금액을 입력하면 된다. 가맹점주가 가맹점 앱을 통해 이를 확인하면 거래금액이 소비자의 은행 계좌에서 가맹점주 계좌로 곧바로 이체된다.

◇제로페이도 매출세액공제, 줄어든 수수료만큼 이득=제로페이의 가맹점 수수료는 연매출 8억원 미만은 아예 없고(0%) 8억원 초과 12억원 미만은 0.3%, 12억원 초과는 0.5%다. 신용카드 대비 1%포인트 안팎으로 낮은 수준이다. 신용카드 수수료는 연매출 3억원 이하 0.8%,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1.3%, 5억원 초과는 상한선 2.2%까지 받을 수 있다. 내년에는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 1.4%, 10억원 초과 30억원 이하 1.6%의 수수료가 새로 적용된다.

아울러 소상공인은 내년부터 제로페이 결제 매출도 부가세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현행 부가가치세법상 연매출 10억원 이하 개인사업자는 카드 매출의 1.3% 내에서 연간 500만원까지 매출세액공제를 받는데 제로페이 매출도 내년부터 적용을 받는 것.

예를 들어 연매출 5억원에 3억원이 카드 매출이라면 연간 공제액이 390만원으로 카드 수수료 부담액 240만원을 빼고 150만원이 남는다. 반면 3억원이 모두 제로페이 매출이라면 수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세액공제액 390만원을 고스란히 챙길 수 있다.

제로페이 매출 현황과 결제 내역 등은 가맹점 앱을 통해 확인한다. 가맹점 앱은 가맹점주와 직원 휴대폰에 모두 설치할 수 있다. 다만 앱 활용에 서툰 소상공인에겐 제로페이가 '그림의 떡'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결제사업 관계자는 “영세한 소상공인 중에서는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거나 아예 구형 휴대폰을 사용하는 분도 적지 않다”며 “이런 분들은 제로페이 이용시 결제 내역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때문인지 제로페이에 대한 소상공인의 반응은 생각만큼 뜨겁지 않다. 서울시는 이달 초 전국적으로 6만2000여개의 가맹점이 가입을 신청하거나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가입한 가맹점은 2만여개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카드 가맹점 269만여개 대비 0.74%로 미미한 수준이다.

◇높은 소득공제율, 소비자 마음 사로잡기엔 역부족=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의 매력은 높은 소득공제율이다. 서울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로페이 이용시 결제금액의 40%가 소득공제 되도록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신용카드(15%)는 물론 현금 및 체크카드(30%)의 소득공제율보다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높은 소득공제율이 기존 신용카드 사용자를 끌어오는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장 계좌에 현금이 부족해도 일정 금액을 소비할 수 있는 신용공여 기능이다. 이는 계좌에 돈이 있어야 쓸 수 없는 제로페이가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제로페이가 현금 없는 소비에 익숙해진 신용카드 고객들을 끌어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서울시와 중기부도 제로페이에 일정 수준의 신용공여 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을 은행들과 논의했지만 소비자에게 신용을 제공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비용이 들어 무산됐다. 신용카드 수수료에는 자금 조달 비용이 포함되지만 제로페이의 낮은 수수료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어서다.

서울시와 중기부가 신용카드의 신용공여 기능에 맞설 대안으로 내놓은 40%의 소득공제율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제로페이에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하려면 조세제한특례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아직 법 개정 전이다. 법 개정시 40%의 소득공제율이 제로페이 전 가맹점에 적용될지도 불투명하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준다는 것은 국민 세금으로 제로페이 가맹점의 매출 활성화를 돕는다는 의미인데 대형 가맹점에도 높은 소득공제 혜택을 똑같이 줘야 하는지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다고 매출 규모로 소득공제 혜택에 차이를 두면 소비자 입장에서 제로페이의 매력이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편의성 측면에서도 제로페이가 기존 카드에 비해 떨어진다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페이에 카드를 등록해두면 카드 단말기에 휴대폰을 갖다 대기만 해도 결제가 이뤄지는 반면 제로페이는 QR코드를 스캔하고 결제금액까지 입력해야 한다. 삼성페이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카드는 단말기에 대거나 꽂거나 긁기만 하면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제로페이 결제 취소시 환불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가맹점 계좌에 현금이 충분하지 않으면 환불이 즉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어서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맹점주가 계좌에 자동이체를 설정해두면 어느 날은 계좌에 현금이 부족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소비자가 제때 환불받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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