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코리안리에 과징금 76억 부과.. 독점구도 깨질까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세종=민동훈 기자 | 2018.12.17 17:22

20년간 항공보험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중징계..코리안리 행정소송 제기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에 대해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코리안리와 11개 손해보험사의 관용 헬기 항공보험에 대해 담합 여부를 조사한지 약 17년만에 내린 중징계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전체회의에 코리안리와 11개 손보사의 관용 헬기 항공보험 담합과 관련한 제재 안건을 올려 코리안리에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17일 밝혔다.

공정위는 코리안리가 헬기 항공보험에 대해 재보험을 받은 1999년부터 약 20년간의 매출액(수재보험료) 3500억원에 2.2%가량을 곱한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했다. 이는 공정위가 부과하는 과징금 한도 100억원의 육박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코리안리가 공정위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확한 최종 과징금액은 의결서 작성 과정에서 심의일 기준으로 관련 매출액을 재산정해 확정한다.

◇17년 조사 끝에 코리안리에 중징계 왜?=코리안리는 국내 일반 항공보험 재보험시장에서 최근 5개년 평균 시장점유율이 약 88%를 차지하는 사실상 독점사업자다.

공정위는 2001년에 항공보험료 담합 조사를 처음 시작했다. 관용 헬기 항공보험 입찰에서 손보사들이 똑같은 보험료를 제시한 게 문제였다. 손보사는 헬기 항공보험을 받으면 코리안리의 재보험에 가입해 위험을 분산한다. 이 과정에서 코리안리가 제시한 요율을 똑같이 반영하다 보니 항공보험료가 같아졌다. 항공보험은 사고경험 통계가 거의 없어 재보험사가 제시한 요율을 그대로 받은 탓이다.

문제는 사고 위험요율에 해당하는 순보험료뿐 아니라 각 보험사가 사정에 맞게 책정하는 사업비도 동일하게 적용해 총보험료가 같아졌다는 점이다. 코리안리가 총보험료 기준으로 요율을 제시하기 때문이라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헬기 항공보험 담합 조사는 흐지부지 끝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동부화재가 해양경찰청 헬기 항공보험을 수주하면서 코리안리가 아닌 해외 재보험사 로이즈의 요율을 적용했다. 이를 계기로 코리안리 요율이 로이즈에 비해 10%가량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공정위가 재조사에 착수, 중징계 결론을 내렸다.

공정위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2013년 관용 헬기보험 입찰에 참여한 A손보사가 코리안리가 아닌 해외 보험사에서 요율을 산정받아 입찰에 참여했는데 추후 이를 알게 된 코리안리가 A사에 입찰 철회를 요구하고 특약 해지를 경고했다고 지적했다. 또 코리안리가 국내 진출 가능성이 높은 잠재적 경쟁 사업자들을 자사 재재보험 거래선으로 포섭해 이들이 국내 손보사와 직접 거래하지 못하게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다만 항공보험료 담합 혐의를 받았던 삼성화재 등 11개 손보사에 대해선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11개사의 항공보험료가 똑같은 것은 "코리안리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사들을 유인한 남용 행위의 결과"라는 판단이다.

‘과징금 폭탄’을 받은 코리안리는 이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공정위 의결서 접수 후 행정소송 제기 여부 등 가능한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 후 대응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험업계에서는 공정위가 과거 20년간 매출을 제재 대상에 넣은데다 다른 기업성 보험에도 ‘우월적 지위 남용’을 적용할 가능성이 있어 코리안리가 공정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정위 결정에 외국사 점유율 높아질까=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로 국내 시장점유율이 약 50%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코리안리의 재보험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외국계 보험사와 보증보험, 손보사 등이 나눠 점유하고 있다. 코리안리는 ‘박리다매’ 영업방식으로 외국계 재보험사의 공략에 맞서 국내 시장을 장악해왔다.

국내에서 제2의 재보험사 설립이 추진된 적도 있으나 시장이 크지 않고 성장성이 높지 않은 반면 초기 투자비용은 많이 들어 무산됐다. 코리안리도 정체된 국내 재보험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성장 활로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다른 기업성 보험에도 코리안리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조사할 경우 외국계 재보험사의 점유율만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근본적으로는 보험사들이 스스로 기업성 보험료를 책정하지 않고 코리안리가 제시하는 요율에 지나치게 의존해온 점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전체 기업성 보험 가운데 재보험사가 제시한 보험료를 그대로 적용한 비중은 2015년 기준 79.2%에 달했다. 보험료 산출은 보험사 고유 영역인데도 전체 기업성 보험 가운데 80% 가까이는 각 보험사가 자체 요율을 산출하지 않고 재보험사가 제시한 요율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의미다. 이는 국내 재보험사가 한 곳뿐인 상황에서 가격 경쟁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고 결국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는 기업의 가격선택권을 제한하게 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사고에 대한 통계 정보가 없어 위험도를 측정하지 못하면 재보험사의 순보험료율을 가져다 쓸 수는 있지만 각 사가 판단해야 할 사업비까지 똑같이 적용해 총보험료를 산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손보사들은 순보험료가 아니라 총보험료를 코리안리에서 제공받고 있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지난 6월 기업성 보험 경쟁촉진 방안을 내놓으면서 앞으로 재보험 출재 비중을 일정 비율 이하로 낮추고 보험사가 자체 요율을 개발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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