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 2018.12.18 04:00
"총은 쏘는 게 아니라 던지는 것."

공권력이 약해졌다는 말이 나올 때마다 경찰들이 자조섞인 투로 하는 말이다. 잘못된 장구 사용으로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민사·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총을 쏴야 할 상황에 닥친 경찰도 선뜻 물리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로 올 초 경찰청이 한국경찰법학회에 의뢰한 '경찰 물리력 행사 기준' 용역 연구를 책임진 이훈 조선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전국 12만명 경찰이 총을 현장에서 사용한 횟수는 연간 고작 5~6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법에서 보장하는 공권력을 제대로 쓸 줄 몰라서 행사하지도 못한다는 말이다.

비슷한 얘기는 유성기업 임원 폭행사건으로 또 불거졌다. 노조원들이 유성기업 임원을 폭행하는 현장을 경찰들이 수수방관했다는 의혹이 나오자 일각에선 약해진 공권력을 탓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물리력 행사를 위한 매뉴얼을 제대로 만들겠다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매뉴얼도 모든 걸 해결해 줄 순 없다. 경찰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상황을 매뉴얼에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엄정한 법집행은 경찰 개인의 판단과 순발력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답은 꾸준한 재교육이다. 한 발 쏘는 데 4만5000원 가량이 든다며 모든 경찰들이 손에 쥐어보지도 못하는 테이저건 훈련, 15m 거리의 고정 물체를 쏘는 사격 훈련은 뛰어다니는 범인을 잡는 데 역부족이다.


잘못된 물리력 사용으로 경찰 개인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부의 부정적 인식도 잠재울 필요가 있다. 이 교수는 "5년간 잘못된 장구 사용으로 징계를 받은 경찰은 고작 3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징계가 아니더라도 민원이나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민·형사 소송으로 일선 경찰들이 애먹는 경우는 꽤 흔하다. 경정급 한 경찰은 "우리에게 필요한 건 매뉴얼이 아니라 권한 보장"이라고 말했다.

교육 없이 경찰 개인에게만 책임이 전가되는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매뉴얼도 무용지물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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