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여기서 문 열면 무한경쟁…치킨 거제·커피숍 부산중구·편의점 서울중구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한고은 기자 | 2018.12.18 18:01

[자영업 과밀지도①]전국 250개 시군구 중 치킨·커피숍·편의점 등 3대 자영업 과밀지역 상위 100곳 순위

편집자주 | 불경기로 가게를 접는 자영업자들이 줄을 잇는다. 다른 한편에서는 창업행렬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로 뛰어드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피 말리는 전쟁은 거리 곳곳을 레드오션으로 만들고 있다.

# 세종시 어진동 푸르지오시티 1차 오피스텔 건물 1층. CU와 GS25 편의점 두 곳이 주출입구를 사이에 두고 24시간 영업 중이다. CU 편의점 사장 금 모(60)씨는 4년 전 문을 열었다. GS25가 이어 개업하자 금 씨는 1년 전 가게를 두 배로 넓혔다. 오피스텔 앞 뒤로 대규모 상가 공사 현장이 있어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됐다.

공사가 마무리되면서 손님은 차츰 줄었다. 새 건물에는 다른 편의점이 입점했다. 반경 100미터 안에 편의점 5곳.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금 씨는 낮에 아르바이트 직원을 두고 자신은 새벽 1시부터 편의점을 지킨다. 그는 "옆 편의점이 문을 닫지 않으니 24시간 할 수 밖에 없다"며 "마음 같아선 두 편의점이 격일제로 야간 장사를 했으면 좋겠다"고 푸념했다.

불경기로 가게를 접었다는 자영업자 얘기는 하루에도 몇 번씩 들린다. 하지만 거리에서 벌어지는 자영업 과당경쟁은 그대로다. 레드오션임에도 불구하고 창업 행렬이 끊이지 않아서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경쟁은 어느 정도로 치열할까.

머니투데이가 18일 통계청 통계지리정보서비스(SGIS)를 통해 3대 자영업(편의점·커피숍·치킨) 밀집도를 살펴 본 결과 전국 250개 시군구 중 편의점 과밀이 가장 심한 지역은 서울 중구였다. 커피숍, 치킨은 각각 부산 중구, 경남 거제시였다.

분석은 2016년 통계청 전국사업체조사, 2017년 인구총조사를 기반으로 했다. 17개 시도 250개 시군구 가운데 사업체가 많은 100곳을 먼저 추렸다. 사업체가 적은 지역은 경쟁이 활발하다고 보기 어려워 제외했다. 100곳 중 점포 1개당 거주인구가 적은 순서대로 과밀 순위를 매겼다. 단 유동인구, 지역 구매력을 함께 따져보지 못한 한계는 있다.
편의점 출점을 제한하는 업계의 자율규약이 18년 만에 부활한 4일 서울 서대문구 신촌 거리에 편의점들이 영업하고 있다. 앞으로 편의점을 신설할 때에는 지방자치단체별로 정하고 있는 100~50m의 담배소매인 지정거리와 상권 입지 특성이 참고하게 된다. 또한 경영이 어려운 편의점주가 폐업을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위약금을 면제 또는 감경하는 방안도 마련된다. 2018.12.4/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의점 과밀 1, 2위인 서울 중구, 서울 종로구는 각각 거주인구 337명당, 563명당 편의점 1개가 있었다. 10위권 안에는 서울 자치구가 5곳 포함됐다. 제주 서귀포시(676명·3위), 경기 포천(786명·5위), 제주 제주시(806명·7위)도 편의점 밀집도가 높았다.

커피숍 과밀 1위인 부산 중구는 점포 1개당 거주인구가 114명에 불과했다. 서울 중구(125명), 서울 종로구(132명), 대구 중구(135명), 광주 동구(214명)가 뒤를 이었다. 제주 서귀포시(402명·10위), 경북 경주시(415명·13위), 강원 강릉시(460명·14위) 등 관광 도시이거나 커피로 이름 난 지역도 순위가 높았다.


다만 편의점, 커피숍 과밀 상위 지역이 거주인구가 적고 유동인구는 많은 지역인 점을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행정·상업 중심지인 서울 중구·종로구, 부산 중구는 유동인구가 워낙 많아 이들을 상대로 한 편의점, 커피숍이 곳곳에 있다. 주거지역이 아닌 탓에 거주인구 대비 과밀 순위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치킨 과밀 현상이 가장 심한 경남 거제시는 치킨집 1개당 거주인구가 885명이었다. 이어 경북 경주시(932명), 경북 구미시(976명), 대전 동구(988명), 경북 경산시(989명) 순이었다. 편의점, 커피숍과 달리 도 지역의 시군구가 상위권에 많았다.
예비창업자들이 22일 서울 강남구 SETEC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창업박람회 2018에서 다양한 업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18.3.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남 거제시는 편의점 과밀 순위도 6위(790명)로 상위권이었다. 거제시 관계자는 "조선업 종사자가 전체 인구의 70%인데 원룸에 사는 외지 사람이 많다"며 "이들을 상대로 한 치킨집이나 편의점이 많이 생겼고 구조조정으로 새로 자영업에 합류한 사람도 꽤 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 과밀 문제 해소를 위해 '입구 전략'과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창업하려는 사람에겐 과밀이 완화된 환경, 폐업하려는 사람에겐 재기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얘기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퇴직금을 활용한 묻지마 창업, 막연한 창업이 폐업률을 높인다"며 "자신의 직무능력은 무엇인지, 자영업 업종별 경쟁은 얼마나 심한 지 관련 교육과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는 "자영업을 그만 두면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저임금 일자리로 이동하는데 안정적인 임금근로자로 전직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 확충 등 정부 지원이 적극 필요하다"고 말했다.
8일 서울시내 번화가의 한 상점에 임대문의 안내가 붙어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 해 폐업한 개인사업자 수가 84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대비 폐업 개인사업자 비율(단순 폐업률)은 무려 76%를 넘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연간 10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2018.7.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베스트 클릭

  1. 1 "번개탄 검색"…'선우은숙과 이혼' 유영재, 정신병원 긴급 입원
  2. 2 유영재 정신병원 입원에 선우은숙 '황당'…"법적 절차 그대로 진행"
  3. 3 법원장을 변호사로…조형기, 사체유기에도 '집행유예 감형' 비결
  4. 4 '개저씨' 취급 방시혁 덕에... 민희진 최소 700억 돈방석
  5. 5 "통장 사진 보내라 해서 보냈는데" 첫출근 전에 잘린 직원…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