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삶]24살 청년근로자 죽음으로 몬 '위험의 외주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 2018.12.14 17:21

원청업체 경영진 외에 기존 노조도 위험작업 기피...위험작업 도급 금지하는 법 개정안 추진

산업 현장에는 언제나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조선소, 건설현장, 발전소 등에서는 매년 꾸준히 산업재해 사망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사고는 주로 하청업체 직원에게 발생한다.

지난 11일 서부발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숨진 하청업체 근로자 김모씨(24) 역시 마찬가지 경우다. 서부발전 등 발전 5개사에서 하청업체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40% 가량으로 절반에 못 미치지만, 산재로 숨진 근로자 중 하청업체 소속은 96.6%에 달했다.

'위험의 외주화'는 이처럼 사고 위험성이 높은 작업을 하청업체 직원에게 떠넘기는 산업현장의 잘못된 관행이다. 원청업체 노조는 위험작업을 떠넘기기만 할뿐 이에 대한 안전은 책임지지 않는다. 노조 입장에서는 조합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사측은 자신의 사업장 안에서 아무리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처리를 하청업체에 떠넘기고 '무재해 사업장'으로 남아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난 서부발전도 최근 5년간 산재보험료 22억원을 감면 받았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 화력발전 5개사가 5년간 감면 받은 산재보험료만 497억원에 달한다.

고용부가 산재 사업장 보험료를 감면해주는 '개별실적요율제도'는 사업주의 산재예방 노력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지만, 이처럼 산재를 은폐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고용부는 그동안 20%~50%이던 감면 비율을 내년부터 20%로 낮춰 시행한다.

원청업체 노사는 근로조건 문제로 갈등하다가도 위험작업의 외주화에서만큼은 서로의 이해관계가 일치하기에 손을 맞잡는다. 노사 가릴 것 없이 '갑'이 돼 하청업체에 빠른 작업을 강요하다보니 안전관리 역량도 부족하고 인원도 적은 하청업체 입장에서는 위험한 작업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고용부 관계자는 "처우가 열악한 하청업체에서는 경험이 부족한 미숙련 노동자를 현장에 투입하고, 안전교육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도 2인1조 작업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망한 김씨는 계약직 직원이었다.


원청업체 노사 모두 하청의 안전에 신경쓰지 않는다. 발전비정규연대회의가 14일 오전 서울 정동에서 가진 '사망사고 현장조사결과 공개브리핑'에서 사망한 김씨의 동료 A씨는 서부발전이 기기 개선을 거부해 김씨가 죽음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A씨는 "김씨가 투입됐던 낙탄(떨어진 석탄) 제거작업의 사고 위험성이 높아서 기계를 교체하는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했었다"면소 "원청에서는 시설비용에 3억원이 들어간다며 기기변경 대신 석탄가루를 빨아들일 수 있는 청소기만 설치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위험의 외주화를 막기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산업안전보건법 전부개정안이다. 유해 위험성이 특히 높은 △수은 제련 등 중금속 취급 △도금작업 △비소 등 독성 높은 12종 허가물질 취급 사업장은 사내 도급을 금지하고 원청이 직접 수행하도록 했다. 또한 작업의 위험성을 막론하고 하청업체를 선정할 때 안전관리 역량을 고려하도록 의무화를 추진하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계에서는 도급을 금지시킨 분야도 너무 좁다며 위험의 외주화를 막는 데 이 법이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한다. 반면 '위험작업의 도급 금지'라는 원칙을 한시라도 빨리 세우고 법을 시행하면서 금지 분야를 늘려나가는 게 맞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는 원청업체가 사업장 전체에서 발생하는 모든 사고의 책임을 지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가 최대 징역 1년에 처해지도록 처벌기준도 강화했다.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4. 4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
  5. 5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