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터키 중앙은행은 10월 경상수지가 27억7000만달러(약 3조2000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이후 3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다.
터키의 경상수지 흑자는 상품수지 영향이 컸다. 상품 수출입에 따른 흑자규모는 7억9900만달러(약 8900억원)로 지난해 같은달 56억4000만달러(약 6조3000억원) 적자와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터키 리라화 가치 하락과 당국의 '돈줄 죄기' 정책이 맞물린 결과다. 리라화 가치가 올해 들어 50% 가까이 폭락하면서 자연스럽게 수입이 급감했고 터키 정부의 금리인상과 수입 억제책이 먹혀들며 경상수지가 개선됐다.
터키의 대표적인 수입 억제책은 '할부 제한'이다. 정부는 가계 부채 축소 명분으로 지난 9월부터 할부와 대출을 강력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전자제품 등 각종 상품을 구입하거나 항공, 의료 등 서비스를 이용할 때 할부 기간은 품목별로 최장 3~12개월로 제한됐다.
이 때문에 터키와 중국 브랜드에 비해 고가인 애플과 삼성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조처가 시행된 후 터키 시장에서 판매량 2위였던 애플은 화웨이에 밀려 3위로 떨어졌다. 반면 중국의 샤오미는 단기간에 0%대에서 2%로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삼성은 화웨이(18%)와 애플(11%)을 따돌리고 시장 점유율 47%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국내 브랜드인 베스텔 스마트폰 구매를 장려하고 있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 정부의 할부제한 조처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터키 당국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3500리라(약 73만원) 이상의 고가 스마트폰과 컴퓨터, 태블릿 등을 구매할 때 할부기간은 최대 3개월로 더 줄어든다. 개정안은 내년 1월31일부로 시행된다. 베라트 알바이라크 터키 재무장관은 "이번 새 조처가 시행되면 물가상승률은 6%대로 떨어질 것"이라면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은 2021년까지 계속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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