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금융 잠재고객 1500만명..몰라서 못찾아오는 일 없어야"

머니투데이 대담=권성희 금융부장, 정리=권화순 기자, 촬영=홍봉진 기자  | 2018.12.17 04:18

[머투초대석]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 "공급자 중심 지원보다 꼭 필요한 사람에게 제대로 지원해야"

"서민금융 상담을 하면서 현장에서 만난 분들이 한결같이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텐데'하고 아쉬워합니다.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서 제때 치료를 받아야 낫듯 재무적인 어려움이 있을 때 빨리 상담받고 제때 해결하는 게 중요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잘 몰라 도움을 못 받는 분들이 많아 안타깝습니다."

이계문 서민금융진흥원 원장(사진)은 지난 10월 초 취임하자마자 취임식도 생략하고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 현장을 찾았다. 그는 지난 두 달 여 간 안산, 군산 등 7개 지역센터에서 서민금융 상담사를 자처했다. 사업실패로 수 천만원의 빚을 진 자영업자부터 청각장애를 갖고 있는 일용직 근로자 등 8명을 만났다.

이 원장은 서민취약계층에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널리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꼽는다. 또 매출과 소득 등 계량적인 기준이 아닌 처한 상황, 상환 의지 등을 섬세하게 판단해 대출을 해 주고 필요하면 복지와 채용까지 '원스톱'으로 촘촘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이 원장을 만났다.

-금리 상승기에 취약계층과 자영업자 채무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서민금융지원흥원은 미소금융 등을 통해 자영업자 지원을 하고 있는데 최근 상황은 어떤지.

▶소득 양극화와 고용부진 심화 등으로 서민취약계층,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얼마 전 군산으로 상담을 다녀왔는데 한국GM(제너럴모터스) 공장이 문들 닫자 공장 앞에서 장사 하시는 분들이 많이 어려워하더라. GM 근로자들은 퇴직금이나 위로금을 받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자영업자들은 보상도 없이 가게 문을 닫아야 한다. 개인이 재무관리를 잘 못해 생긴 문제도 아니어서 더 안타깝다. 이런 분들을 국가가 안아 줘야 한다. 앞으로 금리 상승기를 맞아 서민들의 채무 부담이 더 가중될 텐데 사회적인 안전망으로서 서민금융 역할이 중요하다.

-자영업자 창업을 돕는 미소금융, 생계자금을 지원하는 햇살론, 고금리대출을 은행 저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바꿔드림론 등 서민금융 상품이 다양하다. 그런데 정작 지원 대상자들은 이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안타까운 일이다. 서민금융 지원 대상인 신용등급 6등급 이하는 913만명이다. 또 차상위 이하 가구가 290만 가구인데 가구당 3명으로 계산하면 900만명에 달한다. 신용등급 6등급 이하와 차상위 가구를 더하면 인구 중복을 감안해도 약 1500만명이 서민금융의 잠재적인 고객이다. 지난해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을 받은 사람은 207만명인데 이 분들은 직접적인 지원 대상이다.

그런데 지난해 서민금융 지원실적을 보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33만5000명에게 3조9000억원을 지원했고, 은행권 새희망홀씨를 통해 21만명이 3조원 지원을 받았다. 합치면 54만5000명이다. 제도권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수요까지 감안하면 서민금융 지원실적은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서민금융 상품이 너무 복잡해 '내가 어떤 상품을 이용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상품을 간소화하거나 통합해야 하지 않나.

▶다양한 서민취약계층의 수요에 맞춰 사각지대가 없도록, 그때그때 필요에 따라 상품을 공급해 오다 보니 서민금융 상품이 복잡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서민금융 상품 종류가 굉장히 많다. 정부가 서민금융체계 개편 방안을 조만간 발표할 텐데 상품 간소화 방안도 검토하는 걸로 안다. 지난주 성남 센터에서 만난 분은 "홈페이지가 너무 어렵다. 정보를 좀더 쉽게 얻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이런 부분도 고쳐야 한다. 서류작업에 드는 시간도 줄이려고 한다. 서민금융 어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해 젊은 층은 앱으로, 고령층은 창구에서 태블릿PC를 이용해 사전에 간단한 정보는 입력하는 방식의 '종이 없는 창구'를 만들 계획이다.

-서민금융 상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8~9등급의 저신용자보다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사람이 많다.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 지원이 안 된다.

▶은행들이 취급하는 새희망홀씨는 8등급 이하 비중이 3.2%다. 저희가 취급하는 상품은 13%대 정도는 된다. 8등급 이하는 서민금융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연체자이거나 대출을 해도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금융회사 등이 대출을 기피한 결과다. 대출심사를 할 때 신용등급이나 차상위계층 이하 등의 기계적인 기준을 적용할 게 아니라 상황에 따라 심사를 하라고 직원들에게 주문하고 있다.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이 거절된 분들을 우리까지 거절하면 누굴 의지하겠나.


-불법 사채시장으로 내몰린 '진짜 저신용자'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사채는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데다 이용 자체가 불법이라서 서민금융 지원 대상에 넣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사채가 있는 분은 대부분 대부업체나 저축은행 등 다른 부문에서도 빚이 있기 때문에 채무조정이라든지, 다른 방법을 통해 도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단체에서는 서민금융 공급을 더 늘리고 금리도 낮춰야 한다고 비판한다.

▶시민단체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고 가급적이면 협업 해 보려고 한다. 시민단체와 간담회도 가졌다. 서민들이 재무적인 어려움에 이르지 않도록 예방교육을 할 때 시민단체에 교육업무를 위탁하려고 한다. 또 시민단체와 컨설팅을 연계해 서민금융 지원을 받은 후 다시 어려움에 빠지지 않도록 사후관리 시스템도 갖추려고 있다.

-정말 어려운 사람은 금융이 아니라 복지로 지원해야 한다.

▶동의한다. 솔직히 신용등급 9등급 이하는 서민금융으로도 지원하기 어렵다. 애초에 금융으로 안되는 사람들은 복지로 접근해야 한다. 소득이 전혀 없어 금융보다 복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 대해서 전국 45개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에서 복지 서비스를 안내한다. 주민센터로 갈 필요 없이 바로 등록 할 수 있도록 전산시스템도 갖췄다. 물론 소득이 있고 자활 의지가 있는 분들은 복지보다 금융이 낫다. 복지는 1조원 예산이 들면 다음해에도 그만큼이 필요하지만 서민금융은 1조원을 투입하면 서민금융진흥원의 보증배수인 15배까지 지원할 수 있다.

-채무조정을 해 주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와 서민금융 상품을 공급하는 서민금융진흥원을 통합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지적도 많다.

▶서민금융진흥원이 대출 해주고 나중에 채무조정으로 빚을 탕감해 주면 이해상충 문제가 생긴다. 양 기관의 물리적인 통합은 그래서 어렵다. 물리적인 통합보다 수요자 중심의 종합상담이 필요하다. 수요자는 제대로 된 지원과 서비스를 원한다. 채무조정을 할지, 미소금융을 할지, 햇살론을 할지 구체적인 방법은 중요하지 않다. 수요자가 필요한 것을 정확히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는 고용노동부와 함께 채용 안내까지 해 준다.

-서민금융에서 결국 한정적인 재원이 문제다. 그럼에도 정부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

▶햇살론 재원인 복권기금은 정부 예산으로 볼 수도 있다. 이번에 정부가 서민금융에 2200억원대 예산 편성을 추진했는데 국회 통과가 안됐다. 아직은 서민금융 지원에 대한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는 않은 것 같다. 정부 예산 투입이 어렵다면 사회적 기여 측면에서 금융회사에서 지원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햇살론과 바꿔드림론은 90%, 100%까지 서민금융진흥원이 보증을 해주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위험부담이 거의 없이 서민금융 상품을 취급할 수 있다. 그런 만큼 지원을 해줄 요인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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