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승헌 거북선컴퍼니 대표(26·사진)는 우등생으로 살아왔다. 열두살 때 부모님과 떠난 캐나다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보스턴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15년 대학졸업 후 선택한 첫 직장은 일반회사가 아닌 하버드대였다. 하버드대는 대학이면서 캠퍼스 내 엔지니어만 1000명 이상 근무하는 IT 대기업이기도 했다. 하버드 교내의 각종 결제시스템과 외부업체 관리를 맡았다. 일하면서 석사과정도 밟았다. 하버드대학원 과정에 들어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IT기업에서 일자리 제안들이 있었지만 선뜻 내키지 않았다. 꽉 짜인 틀에서 벗어나고픈 갈증을 느낀 것도 이 무렵이었다. 한국 부모님 댁을 방문했다가 우연히 들른 동대문시장의 활기를 보면서 ‘저거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대학 시절 인연을 맺은 스타트업계 선배인 김태은 부사장과 거북선컴퍼니를 공동창업했다. 염 대표의 첫 도전이었다.
거북선컴퍼니의 핵심 사업모델은 동대문시장의 도·소매 거래 플랫폼인 ‘터틀체인’이다. 기존 의류시장에 하버드 시절 익힌 주문·결제플랫폼을 접목했다. 염 대표는 “동대문은 연간 도·소매 거래규모만 20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의류시장”이라며 “하루에도 수백억 원어치 옷들이 전국 곳곳과 중국, 일본, 동남아 등으로 팔려나가지만 거래방식은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대문 도·소매 거래는 전표에 수기로 작성하거나 그마저도 없는 외상 방식이 많다. 중국 ‘큰손’들이 현금을 꽉 채운 캐리어를 들고 도매상가를 활보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다.
염 대표는 동대문 도·소매상인간 ‘주문·결제·금융서비스’를 단계별로 구축할 계획이다. 현재는 필요한 상품을 1단계 주문하는 플랫폼만 운영 중이다. 내년 1분기에 2단계인 결제서비스를, 그 이후 금융기관과 제휴를 통해 단기대출 등 3단계 금융서비스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염 대표는 “지난 6월 시작한 베타서비스 기간에 도·소매업체는 600군데, 월평균 주문거래액은 20억원을 넘어섰다”며 “내년 중에는 서비스 이용업체가 대형 온라인몰 등을 포함해 1만여곳까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20대 청년창업자에게 동대문은 첫 단추다. 동대문시장에서 터틀체인이 제대로 구축되면 농축수산물 등 재래식 거래방식을 유지하는 다른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목표다. 염 대표는 “시장규모와 확장성이 큰 동대문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으면 국내외 다른 분야에도 충분히 접목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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