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권한 사법행정회의 이관 결국 좌초…'반쪽 개혁' 불가피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 2018.12.12 19:58

[the L] (상보) 사법행정회의 '심의·의결기구' 돼 행정권 남용 우려 여전…외부 인사 비중도 절반 밑으로

김명수 대법원장이 서울북부지법 방문을 위해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2018.12.10/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법원장이 가지는 사법행정총괄권을 외부 인사들이 참여하는 별도 기구에 넘기겠다는 법원 개혁방안이 결국 반쪽짜리가 됐다. 대법원은 합의제 기구인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되, 중요 사법행정사무를 심의·의결하는 역할만 맡기기로 했다. 사법행정회의에 참여하는 외부인 수도 5명에서 4명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사법농단 의혹 이후 제도 개혁을 다짐했지만 결국 '셀프 개혁'에 불과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12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이같은 내용을 주된 뼈대로 하는 '사법행정제도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 의견'을 발표하고 이를 국회에 전달했다.

대법원은 사법행정사무에 관한 심의·의사결정기구로 사법행정회의를 신설하기로 했다. 사법행정회의는 전국법원장회의가 추천하는 법관 2인,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추천하는 법관 3인, 법원사무처장, 외부 주요 기관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로 구성하는 추천위원회가 추천하는 외부인사 4인 등 11인으로 구성된다.

사법행정회의는 △대법원규칙의 제·개정안 성안 및 제출, 대법원예규의 제·개정 △예산요구서, 예비금 지출안과 결산보고서의 검토 △법원조직법 제9조제3항에 따라 대법원장이 국회에 제출하는 의견의 승인 △판사의 보직에 관한 기본원칙 승인 및 인사안 확정 등을 심의 의결하게 된다.

대법원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사개특위에 공식 제출,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법부는 법안 제출 권한이 없어 대법원의 사법행정 개혁안이 실현되려면 의원입법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날 발표된 개정의견은 사법발전위원회와 후속추진단이 내놓은 개혁안에 비해 크게 후퇴한 것이다. '반쪽 개혁'이라는 법조계 지적이 나오면서 국회 처리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앞서 지난 11월 대법원장 직속 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 건의 실현을 위한 후속추진단은 법원조직법 및 대법원규칙 제정안을 만들어 공개했다. 그 동안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를 통해 사법행정의 의사결정을 독점해온 폐단을 해소하고자 법관에 대한 보직인사권을 포함한 사법행정사무 총괄권한을 대법원장에서 사법행정회의로 넘기는 게 핵심이다. 사법행정회의가 심의·의결에 집행까지 사법행정을 총괄해야 한다는 권고안이다.

그러나 대법원 개정의견에 따르면 사법행정회의 위상은 총괄기구에서 심의·의결기구로 축소됐다. 후속추진단장인 김수정 변호사는 지난달 개인 입장문을 통해 "사법행정회의의 역할을 심의·의결로 한정하면 집행총괄권이 여전히 대법원장에게 있어 법원행정처와 같은 기구에 대한 지시·감독권은 대법원장 일인에게 집중된다"며 "사법행정회의의 의결사항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행정권한을 남용할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지만 대법원은 후속추진단의 개혁조치를 수용하지 않았다.


사법행정회의가 심의‧의결을 거쳐야 하는 업무도 '중요 사법행정사무'로 국한됐다. 의결사항인 '판사의 보직에 관한 기본원칙 승인 및 인사안' 확정 과정에서 외부 위원은 판사의 보직에 관한 인사안 확정에는 참여하지 못한다. 사법행정회의 산하 위원회로 법관만으로 이루어진 '법관인사운영위원회'가 이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대법원은 사법행정회의 구성원 중 외부 인사 비중도 줄여 사법행정회의 인적 구성을 여전히 법관들이 장악하도록 했다. 후속추진단은 대법원장을 제외한 위원 10명을 법관·비법관 위원 5명씩으로 구성하도록 개정안을 냈지만 대법원은 외부 인사 자리를 4인으로 수정했다. 사법행정회의는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하게 된다.

대법원은 사법행정회의 구성 방식에 대해 "사법부 독립을 고려해 대법원장을 포함한 법관 위원이 과반을 유지하되, 사법 행정에서 국민 감시가 실질적으로 가능할 정도로 비법관 위원의 참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외부 위원 수가 재적 위원 3분의 1을 초과하도록 함으로써 외부 위원들이 의견을 모을 경우 안건을 부의할 수 있도록 했다"고 했다.

아울러 대법원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사무 집행 역할을 맡는 기구로 법원사무처를 신설하기로 했다. 법원사무처장은 대법원장이 비법관 정무직 공무원으로 임명하며 대법관회의의 동의 및 국회의 인사청문을 거치도록 했다. 법원사무처 차장은 사법행정회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사법행정회의는 법원사무처장 또는 차장의 해임을 건의할 수 있지만 이는 재적위원 2분의 1 이상 발의,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요건으로 해 외부 위원들만으로는 법원사무처장 및 차장 해임을 건의할 수 없다.

이같은 개정안이 나오게 건 법원 내부의 반발이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 9월 '사법개혁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후속추진단을 구성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입법부, 행정부, 외부 단체가 참여하는 보다 큰 민주적 개혁기구도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후속추진단 개혁안이 나오자 돌연 법원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나섰다.

이날 오전 대법원이 공개한 '사법행정제도 개선을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 참여 판사 가운데 1065명(79.06%)은 사법행정회의가 사법행정 총괄권한이 아니라 심의·의사결정 권한만 가져야 한다고 답했다. 법원공무원도 2355명(63.87%)이 같은 의견을 냈다. 이 설문조사는 법원행정처가 전국 판사들과 법원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대법원은 "법원 내부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청취한 의견들을 종합하여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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