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날]돈 내는 것만 '기부'는 아니에요

머니투데이 김건휘 인턴기자 | 2018.12.16 06:02

[기부의 계절-③]'돈'으로 하는 기부 불신 확산…기부 방식 및 플랫폼 다각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2018 산타런에서 산타 복장을 입은 참석자들이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산타런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따뜻한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을 위해 산타복장을 하고 달리는 이색 마라톤 축제로 수익금 전액은 기부된다. /사진=뉴스1
사회 전반에 기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장기화되는 경기 불황과 ‘어금니 아빠’ 이영학의 기부금 횡령 사건 등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최근 1년 동안 기부 경험이 있다'라고 한 응답자는 26.7%였다. 조사가 시작된 2011년(36.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하지만 이런 '기부 한파' 속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이색 기부'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돈을 직접 전달하는 전통적인 방식만이 기부는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 걷기, 광고 시청, 게임…다양한 종류의 '어플리케이션'으로 기부


/사진=어플리케이션 '빅 워크' 캡처
대학생 김모씨(25)는 최근 '기부 어플리케이션'을 휴대전화에 설치했다. 김씨가 설치한 앱은 걸음 수에 따라 포인트를 적립해 모금에 보태는 방식이다.

해당 앱에서는 이용자가 목표한 걸음이 채워지면 기업이나 단체가 현금 물품으로 기부를 하게 된다. 이용자가 원하는 기부 프로젝트를 선택하여 걷기만 하면 자동적으로 기부가 되는 것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대학생이라 물질적인 기부를 하기에는 다소 부담이 된다"며 "많이 걸을수록 포인트가 쌓이니 운동과 기부를 동시에 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사진=어플리케이션 '애플트리' 캡처
다양한 광고 상품에 참여를 유도해 수익의 일부를 회원과 자선단체에 돌려주는 '후원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앱도 등장했다. 이용자들은 광고를 시청함으로써 포인트를 적립하고, 이는 자선단체에 전달된다. 일종의 '간접 기부'인 셈이다.

게임을 통해 금액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기부를 유도하는 앱은 비교적 오래 전부터 있었다. 지난 2010년 처음 등장한 'Tree Planet'은 게임 속 아기나무를 키우면, 전 세계 곳곳에 실제 나무가 심어지는 방식을 선보였다. 이들 덕분에 8년간 약 55만 그루의 나무가 뿌리내릴 수 있었다.



◇ 재능을 봉사로 연결하는 '재능 기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통해 자원봉사를 하는 '재능 기부' 역시 활발하다. 한국자원봉사협의회는 '자원봉사 문화 정착을 위해 시작된 새로운 기부형태"로 재능 기부를 정의한다.

최근 5주년을 맞은 '마을변호사 제도'는 이러한 조건을 만족하는 성공적인 재능기부의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마을변호사 공식 블로그
'마을 변호사 제도'는 재능기부를 희망하는 변호사와 읍·면 단위 마을을 연계한다. 주민들은 전화, 팩스, 이메일 등 간편한 방법으로 법률 서비스를 무료로 누릴 수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법무부·행정안전부의 지속적인 협업을 통해, 마을 변호사 제도는 국내 최대 규모의 변호사 재능기부 활동으로 정착했다. 지난 2013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 1411개 읍·면·동에서 1409명의 마을변호사가 활동 중이다.

프로보노 ICT멘토링 활동 모습. /사진제공=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 남은 여가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재능을 기부하는 직장인들도 있다.

정보통신기술센터가 주관하는 'ICT 멘토링'에는 올해에만 299명의 멘토가 참여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현직자들은 학생들에게 정보·통신 분야의 실무 지식을 전달했다.


여가 시간을 활용해 재능 기부에 나선 이들의 노력에 힘입어 ‘ICT 멘토링’ 참여 학생의 취업률은 2016년 기준 81.8%를 기록했다.



◇ 젊은 세대의 기부 문화를 선도하는 '아이돌 팬덤 기부'


/사진=SNS 캡처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향한 애정을 바탕으로 이뤄지는 '팬덤 기부'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얼마 전 SNS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팬이 소아암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를 위해 머리카락을 기부해 화제를 모았다.

해당 누리꾼은 "팬덤 기부 문화를 접하고 BTS의 이름을 같이 빛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부했다"라며 "이 머리카락이 다른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해당 게시물에는 머리카락 기부에 동참하겠다는 '아미'(BTS의 팬클러)들의 답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갓다니엘' 카페 캡처
그룹 '워너원'의 멤버 강다니엘의 팬카페 '갓다니엘'은 모범적인 팬덤 기부 문화를 이끌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유기묘 보호소 청소, 마리몬드 위안부 뱃지 구매 등의 활동을 진행했다.

지난 9일에는 회원 30여명이 강다니엘의 고향 부산에서 '연탄 배달' 에 나서기도 했다. 이들은 부산 연탄은행을 통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가구에 3000장의 연탄을 직접 배달했다.

봉사에 참여한 한 팬은 "연탄배달을 끝낸 후의 뿌듯함 덕분에 오히려 따뜻한 선물을 받고 온 기분이었다"며 "영하의 날씨였지만 즐거운 분위기에 추위도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에도 팬카페 회원들과 함께 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 기부 플랫폼의 다양화, 낮아진 '진입 장벽' …"제도 보완은 필요해"


이러한 기부 문화의 변화에 대해 황성주 굿네이버스 나눔마케팅본부장은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기부 문화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황 본부장은 "이전에는 특정 계층에 기부자들이 몰려 있었지만, 최근에는 젊은층까지 기부를 하는 문화가 생기고 있다"며 "돈이 없더라도 누구나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져 '예비 기부자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기부 플랫폼이 다양해져서 시민들이 편하게 기부할 수 있게 됐다"며 "무조건 돈이나 물질적인 것만이 기부는 아니라"고 말했다.

다만 "검증되지 않은 플랫폼의 경우 투명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기부 기관의 기금 지원 및 사용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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