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말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을 상대로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한 FI들은 11일 교보생명 이사회가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결정한 것과는 상관없이 "풋옵션 행사를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프라이빗에쿼티, 베어링PEA, 싱가포르투자청(GIC)로 구성된 FI는 지난 2012년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던 교보생명 지분 24%를 1조2054억원에 인수했다. 신 회장의 백기사 역할을 해준다는 조건으로 2015년 9월까지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조건을 포함시켰다.
약속된 기한을 3년을 넘겨도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들은 2조원 규모의 풋옵션을 행사했다. FI들이 10월말에 풋옵션을 행사한 것은 지난 8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도 다음달 열린 의사회에서 IPO를 보류했기 때문이다.
FI 관계자는 "지난 9월과 이번 이사회가 달라진 건 우리가 풋옵션을 행사했다는 것 뿐"이라며 "이사회가 회사가 아닌 대주주(신 회장)를 위해 IPO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가 앞으로 또 어떤 핑계를 들어 상장을 미룰지 모를 일"이라며 "신 회장과 이사회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교보생명은 이날 내년 하반기까지 상장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교보생명 이사회가 IPO를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절차상 문제로 풋옵션을 쉽게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 관계자는 "풋옵션은 컴플라이언스, 투자심의 등의 복잡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며 "다른 FI들도 유사한 상황이라 철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신 회장이 불신을 자초했단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신 회장이 시장이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상장을 차일피일 미뤄왔다"며 "풋옵션을 한다니까 입막음을 위해 IPO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풋옵션을 행사하면 신 회장이 공정가치를 평가해서 주식매매대금을 주면 된다"며 "회사는 자금이 필요하면 IPO를 통해 증자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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