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우물 밖을 봐야 한다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 2018.12.11 04:33
중국이 달러를 가장 많이 소모하는 분야는 반도체와 석유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수입액은 2600억달러로 원유 수입액 1620억달러보다 많았다. 중국이 자급자족할 수 없는 항목에 달러, 석유, 식량과 함께 반도체가 있는 셈이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미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무역적자를 줄이라는 요구는 곧 달러 돈줄을 죄겠다는 말이었고 의도했든 안 했든 미국의 금리인상은 중국으로 가는 달러의 흐름을 거꾸로 돌리는 요인이 됐다. 미국이 지난달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며 중국이 이란산 원유를 살 수 있도록 6개월 동안 예외를 인정했지만 언제든 수입을 막아 유가가 치솟으면 중국이 괴롭다. 중국이 보복관세 목록에서 원유를 뺀 것도 자칫 자해행위일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담판에서 중국이 LNG(액화천연가스)와 함께 대두 수입을 재개하겠다고 한 것도 아쉬운 건 중국이기 때문이다. 대두는 브라질산 가격이 더 비싸고 이마저도 미국의 곡물기업이 장악했다.

미국이 어플라이드머티리얼, 램리서치 등 자국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중국 푸젠진화에 제품을 팔지 못하게 한 것 역시 중국의 치명적 약점을 건드린 것이다. ‘제조 2025’ 프로젝트의 핵심인 반도체의 자력갱생을 막겠다는 의도다.

많은 이의 오해와 달리 ‘중국 때리기’는 트럼프행정부만 하는 게 아니다. 국익을 위해 의회까지 초당적으로 움직인다. 미국 의회가 만든 미국의 국방수권법이 이를 잘 보여준다. 미국 의회가 매년 국방예산과 지출에 관해 규정하는 이 법안은 지난 8월 공화당과 민주당의 합의를 거쳐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법안은 중국을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미국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과 관련된 10가지 조치를 담았다. 이중 첫번째가 미국 정부기관이 화웨이와 ZTE 기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고 미국 정부와 거래하는 모든 기업이 화웨이와 ZTE 기술을 쓰지 말라는 것이다. 화웨이 CFO(최고재무책임자)인 멍완저우 부회장 체포는 단순한 사건이 아니다.


미국은 동맹국들도 규합했다. 미국은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에 사이버 보안 위험을 이유로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도록 요구했다. 이미 영국, 호주, 뉴질랜드가 동참했고 일본도 곧 뒤따를 전망이다. 캐나다도 결국 이 대열에 합류할 것이다. 화웨이 장비 사용 금지는 5G와 같은 정보통신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굴기를 꺾는 것이면서 동시에 중국의 시장점유율을 낮춰 달러 돈줄을 차단하는 등 다목적이다.

엎친 데 덮인 격으로 중국의 경제체력은 약화하고 있다. 중국의 3분기 GDP(국내총생산)는 1년 전보다 6.5% 성장하는 데 그쳐 2009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1~3분기 경상수지는 128억달러 적자였다.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50.0으로 3개월 연속 하락했다. 핵심 내구재인 자동차의 1~10월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0.1% 줄어 역성장이 예상된다. 지난주 위안화는 달러당 6.9위안을 또 터치하며 7위안 붕괴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옛 소련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1979년 중국과 수교한 지 40여년 만에 미중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했다. 중국이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키운 도광양회의 시기를 지나 ‘2050년 세계 최강’을 선언한 뒤 미국도 ‘중국 주저앉히기’로 되받아쳤다.

휴전 중인 무역전쟁의 결과는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지난해 수출액의 40%가량을 중국에 판 반도체부터 타격을 받는 등 한국 경제도 위태로워진다는 것이다. 새 경제팀은 우물 밖에서 벌어지는 일에 보다 관심을 두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속수무책이면 국민은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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