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구조적 저성장을 벗어나려면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12.11 04:54

시장 역동성 저해 불공정 행위 무겁게 제재해야…혁신기업 파격적 지원도 필요

금융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2013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다. 경기가 안좋으면 살만한 사람들보다 어려운 사람들이 더 힘들어진다. 영세자영업자들, 저소득층,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경기침체의 한파가 더 춥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내년에도 별로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미국 FRB가 계속 금리를 올리고 있다. 1500조원의 가계부채를 떠안고 있는 우리 경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다. 1997년의 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항상 미국 FRB의 지속적인 금리인상이 있었다. 그래서 위기를 거론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FRB의 태도가 다소 누그러져 위기로 갈만큼 금리를 올릴 것 같지는 않다.

중국경제도 좋지 않다. 중국의 부채는 GDP의 2.5배에 달하고 올해 채무 불이행 규모도 역대 최대로 늘어나고 있다. IMF는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1990년 3.8%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인 6.2%로 전망했다. 중국경제는 달리는 자전거와 같아서 성장속도가 느려지면 넘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도 일시적으로 봉합되었지만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중국경제가 안좋고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이래저래 내년 성장률이 올해보다 높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 1961년부터 2011년까지 근 50년간 우리 경제가 3%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한 해는 경제위기 때 뿐이었다. 1980년 석유위기 및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고, 신용카드 위기를 겪은 2003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8년과 2009년에 3% 미만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밖의 해에는 모두 3%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2년부터는 2%대 성장률이 일상화 되고 있다. 2014년과 2017년 두 해만 3%대를 기록했을 뿐이다.


우리 경제가 성숙단계에 들어섰으니 2%대 성장률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거의 13배나 더 큰 미국과 비슷한 성장률을 보인다는 것은 문제다. 고착화된 2%대 성장률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단기적인 처방도 필요하지만 구조적인 변화도 요구된다. 지금의 산업구조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지식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

요즘 잘나가는 미국이 좋은 예다. 미국의 현재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을 보면 애플,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등 첨단지식산업을 영위하는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기업들로 재편되어 있다. 우리는 과거나 현재나 여전히 유사한 업종을 영위하는 재벌계열사들 뿐이다. 변화가 없다. 변화를 이끌려면 기업생태계가 활기를 띄어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 끊임없이 생겨나고 그 중 성공한 일부는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해 가는 활기찬 기업생태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생태계는 그리 활기차 보이지 않는다. 모든 산업에서 기존 재벌의 지배가 워낙 강력하기 때문이 아닌지 우려된다. 시장이 해답을 내놓지 못하면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의 역동성을 저해하는 불공정 행위는 무겁게 제재하고 혁신기업은 파격적으로 지원하자. 우리 경제구조가 현재에 머무르면 미래는 없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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