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제2의 종로고시원 사태 막으려면

머니투데이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 2018.12.12 04:00
지난달 9일 새벽 서울 종로 고시원에서 불이 나 7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쳐 국민적 공분을 샀다. 출입구가 유일한 탈출구라 인명피해가 컸고 스프링클러가 없어 화재진압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는 2009년 하반기에 고시원업이 양성화된 이후 허술한 법망을 뚫고 방 쪼개기 등으로 취약한 1인가구를 겨냥한 빈곤비즈니스가 성업했기 때문이다. 실내를 더 작은 방 여러 개로 만들어 세를 줘도 어떤 법에서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고시원의 안전은 불안한 상태다.
 
미국에서는 카페 테이블 배치도 평면도로 만들어 승인을 받고 1~2년 주기로 검사해 테이블이 하나라도 늘어나면 벌금 및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건물 사용 과정에서 관리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번 화재사고의 주요 원인이다. 최대한의 임대수익을 노리는 사람들이 노후건물을 사들여 고시원을 만들기 위해 건축동선과 소방위험 등을 무시하고 실내건축 공사를 감행하는 데 이를 감시하고 제어할 공공기관이 부재한 현실이다.
 
2015년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대형화재 참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인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화 대상이 아닌 고시원은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행정안전부의 2016년 다중이용업소 관련 현황 통계로 고시원의 영업 시작 시기·주소 등을 파악해 확인한 결과 다중이용법 개정안 시행 이전에 지어져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가 없는 고시원은 전국 1만1900개 고시원 가운데 3403개에 달했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넘는 1945개가 서울에 있다.
 
고시원 문제의 대책으로 실내공사 시 내부평면은 건축전문가인 건축사가 법적으로 개입해 효율적이고 안전한 공간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건축사가 확인한 승인도면을 첨부해 지방자치단체에서 등록·관리하는 등의 시스템 마련이 절실하다.


건축물이 준공 후 승인을 받듯이 건물 내부 공사를 진행할 때도 평면도를 만들어 건축전문가의 승인을 받도록 한 후 세움터에 평면도 등재를 강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건축전문가의 현장점검도 의무화해야 할 것이다. 또한 별도 영업신고 없이 설립할 수 있는 고시원은 건축법상 건축기준과 소방안전기준 외에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영업신고제도를 만들고 현행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않아도 되는 기존 고시원에 대해서도 지자체가 일정한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 안전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고시원과 같이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주거공간에도 별도 법률적인 주거기준과 안전기준을 마련해 점검해야 한다. 설치비가 저렴하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설치 가능한 자동확산소화장치를 건물 천장에 설치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은 물론 궁극적으로 고시원 등 모든 주거용 다중이용업소에는 건축법 및 소방법에 따른 스프링클러 설치를 비롯해 소화·경보·피난설비 등의 안전시설을 반드시 확보하도록 해야 한다.
 
보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실내공사의 경우 건축전문가가 승인한 도면을 정부가 관리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석정훈 대한건축사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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