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잘 사는 법보다 중요한 '잘 죽는 법', 책으로 읽다

머니투데이 황희정 기자 | 2018.12.09 18:00

출판계에서도 웰다잉 서적 봇물 이뤄…'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영원한 긴 이별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어떠해야 할까. 삶의 마침표를 제대로 찍기 위해선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2월 '합법적인 존엄사'가 가능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되면서 '잘 죽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더욱 뜨거워졌다. 출판계도 예외는 아니다. 죽음을 이해하는 관점과 태도를 종교‧철학‧의학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접근한 '웰다잉'(well-dying) 관련 서적이 봇물을 이루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죽음에 대한 사유의 정수 '죽음에 대하여'

영생의 삶은 축복이 아니라 불행이라는 말이 있다. 즉, 삶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열심히 살아가는 힘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프랑스 철학계의 독창적 아웃사이더로 불린 블라디미르 장켈레비츠의 사유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2016년 출간된 '죽음에 대하여'는 프랑스의 편집자 프랑수아즈 슈왑이 장켈레비츠가 죽음을 주제로 한 대담 4개를 묶어 저자 사후 10년 즈음에 출간한 책이다. 장켈레비치의 주저 중 하나로 평가되는 '죽음'(La mort·1966년)을 평이한 언어로 전달하고자 한 대중적 판본으로 죽음에 대한 사유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장켈레비치는 삶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에 "잠재적 상태의 죽음이 위대한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그들에게 열정과 열의, 활력을 불어넣어 준다"고 설명했다. '존재했음'의 진실에 대해 그는 "언젠가 삶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해도 나는 적어도 삶을 알았던 사람이 된다"며 "삶을 잃게 된다는 그 이유에서 어쨌든 나는 삶을 살았던 사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하지 않고 '맞이하는' 죽음…'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

사람을 살리고 죽음을 한시라도 늦추는 일을 하는 의사들이 펴낸 죽음에 관한 서적도 발간됐다. 지난 8월 출판된 '우리는 왜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 없는가'는 '죽음학 전도사' 정현채 서울대 의대 교수가 2007년부터 10여 년 간 저자가 대중을 상대로 해온 '죽음학' 강의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의사로서 사람을 살리는 일만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많은 사람이 죽음의 의미를 제대로 직면하고 사유해 살아 있는 순간순간을 충실하게 살다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이끄는 것이라는 판단했다. 이 책은 저자가 2차례의 수술과 항암치료를 받으며 죽음에 대해 더욱 깊이 사색한 결과가 담겼다. 과학자 입장에서 사후세계를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안락사 제도와 자살문제 등 죽음 관련 사회적 문제도 다뤘다. 이 책에 따르면 죽음은 준비할 때 존엄할 수 있으며 죽음은 벽이 아니라 문, 소멸이 아니라 다른 차원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데 대해서는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자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며 "오히려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삶의 의미를 깨우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람직한 죽음이란? '죽는 게 두렵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의학기술 발달로 수명은 길어졌지만 훨씬 많은 질병에 노출되면서 '유병장수'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이제 쉽게 죽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미국 듀크대 심장학 전임의인 하이더 와라이치는 다년간의 연구와 현장경험, 환자 및 가족과의 인터뷰, 참고자료와 사례 등을 바탕삼아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인 '죽음'에 대해 파헤쳤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죽음에 맞서기 위해 현대의술의 도움의 받지만 이는 단지 죽음을 지연시키고 죽는 과정을 연장할 뿐"이라며 "죽음에 대해 깊게 인지하고 더 많이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바람직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가 중점을 둔 부분은 '죽음의 질'이다. 그는 "세상을 떠나기 전 고통을 덜 겪고 외로움을 덜 느끼는 환경이 마련되기 위해선 환자와 가족이 소통할 경로를 만들어야 한다"며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치료와 임종에 대해 생각해볼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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