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그림책 작가 "아이들은 첫페이지만 봐도 재밌는지 알아요"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12.07 17:57

日 천재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 방한…'있으려나 서점' 등 총 20종,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운데)가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김영사
걱정도 많고 고민도 많고 멘탈도 약한 한 남자는 그런 자신을 격려하기 위해 일상의 사소한 것에서 재미를 찾기 시작했다. 그 재미를 바탕으로 그림도 그렸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시작한 그림이 누군가의 눈에 띄었고, 그 계기로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세대를 위로하는 그림책 작가가 됐다.

'발상의 천재'라 불 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45) 얘기다. 그는 일상의 자연스러운 한 컷을 독특한 각도로 잡아 낸 그림 에세이와 삽화, 그림책, 광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신작 그림책 '있으려나 서점' 역시 '책에 관한 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서점은 없을까'하는 기발한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달빛 아래서만 볼 수 있는 책, 독서 보조 로봇, 표지 리커버 기계, 책 이별 플래너, 수중 도서관, 책이 네모난 이유 등 요시타케 신스케의 엉뚱한 상상이 만들어낸 서점에는 그야말로 별의별 책이 다 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방한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책을 만들 때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테마로 정하고, 책 안에 하나하나 착실하게 심어나간다"며 "한 권의 책이라도 아이와 어른 모두가 즐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다"고 말했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 그림책을 만드는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사진제공=김영사
일러스트레이터로만 활동하던 요시타케 신스케가 그림책 작가로 데뷔한 건 불과 5년 전인 2013년이다. 우연히 그의 그림을 접한 편집자가 그의 끝없는 아이디어와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해 그림책 작업을 제안했다. 첫 책 '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후 아동 13종, 성인 7종 등 출간한 20여종 모두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 6개월 만에 20만부를 돌파한 '벗지 말걸 그랬어'는 지난해 볼로냐 국제도서전 라가치상 특별상을 받았다. 주니어김영사가 발간한 국내판 8종은 통산 20만부가 팔렸다.

신간 '있으려나 서점'은 아이보다 성인 독자를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어른들을 위한 잡지에 책과 관련된 내용을 연재한 것을 한데 모아 펴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을 만드려면 둘의 공통분모를 찾아야 하는데 일상에서 사소하게 생기는 것들이 바로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전작 '이유가 있어요'에선 습관, 버릇, 거짓말 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다뤘는데 주로 다뤘는데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다 해당되는 얘기죠. 너무 어려운 부분은 아이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전개하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면서 어른 아이 양쪽이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자신이 작가가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고 싶은 말이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편집자와 의논하면서 '내가 가진 생각으로만으로도 충분히 책을 만들 수 있겠구나'로 바뀌었다. 책에 좋아하는 요소를 넣고 싫어하는 요소를 빼는 작업 자체를 즐겼고,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그 즐거움이 전달됐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일본 그림책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가 신작 '있으려나 서점'을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제공=김영사
"아이들은 감이 좋아요. 첫 페이지만 봐도 '이 책은 재미없겠구나' 딱 알죠. 세상에서 가장 빨리 질려하는 '생물'이 아이들입니다. 저 역시 어릴 때 너무 교육적이거나 어른들의 의도가 드러나는 책들을 싫어했어요. 아이들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는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임하죠."

그는 일반책에서 느낄 수 없는 매력이 그림책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책은 기승전결이 반드시 있어야하지만 그림책은 그런 공식이 적용안된다"라며 "스토리가 없는 것도 있고 그 때문에 오히려 일반책보다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넓고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와 어른의 감수성이 달라서 어렸을 때 본 그림책이 어른이 됐을 때, 노인이 됐을 때 각각 다르게 인식되는 것도 그림책만이 가진 힘"이라며 "내 책을 통해 그림책, 종이책만의 매력이 독자들에게 잘 전달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소한 것들이 모여 그의 책이 되듯, 사소한 것들이 모여 일상이 이뤄지고 그게 쌓여서 한 사람의 사람다움이 만들어진다고 그는 생각한다. 그런 사소한 것, 사소한 행동들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겁도 많고 스스로 뭔가 하려고 하는 타입도 아니었던 작가 역시 한 편집자의 제안, 독자들의 반응 등 일상의 순간순간이 모여 작가 자신도 변화했다.

그는 "그림책 작가가 된 이후 5년 동안 매일매일 놀라운 일로 가득하다"며 "그림책의 가장 큰 장점은 부담없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제 책을 통해 다른 그림책까지 많이 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방한한 요시타케 신스케는 2박3일 동안 한국 독자와 다양한 만남을 가진다. 7일 오후 7시 30분 서울 명동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어른 독자를 대상으로 '있으려나 서점 북콘서트', 오는 8일 오전 9시30분 마포중앙도서관에서 어린이 대상 강연과 오후 2시엔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사인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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