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일의 건설이야기]'탈원전 후유증' 고민안한 정부

머니투데이 문성일 선임기자 | 2018.12.06 17:40
"내년부터 사실상 일감이 없어집니다. 불안감을 느낀 직원들은 이미 이직에 나섰고요. 이러다 문닫을 수도 있습니다."

"시설투자나 기술개발용으로 사용한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3% 이상 급등해 현재 9%에 달합니다. 가뜩이나 매출마저 줄고 있는데 은행돈 갚느라 망할 지경입니다."

지난달 20일 경상남도 주최로 열린 지역 원전협력업체 간담회에 참석한 10여명의 중소업체 대표들은 "일하고 싶어도 일감이 없다"며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고통을 호소했다.

대부분 추가 원전 발주가 없는 상황에서 매출 감소에 따른 대출 금리 인상과 상환 압박, 고용 유지 등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경수 경남지사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 원전협력업체 실태를 파악해 업종 전환이나 원전 수출, 노후 원전의 해체산업 진출 등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법이 나올까. 결론적으로 정부의 현 인식대로라면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진영 싸움과 같은 '찬원전'이나 '반원전'을 떠나 정부는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원전 자체의 위험성만 강조했을 뿐, 그에 따른 후유증과 대안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후유증은 이미 사방에서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선 곪아터지기 직전이다. 당장 내년부터 관련 기업의 도산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이 경우 현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 온 일자리 창출은커녕, 기존 일자리를 지키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된다.

대통령까지 직접 해외 원전사업 수주에 나서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일부 국가에서 원전 수주 소식이 전해지길 고대하고 있지만, 적어도 산업적 측면에서 '원전 생태계'를 유지하려면 일감이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 정책에 따라 신한울 3, 4호기 건설계획마저 백지화되면서 신고리 5, 6호기를 끝으로 국내에선 신규 원전건설 계획은 전무하다.


관련 업체들과 종사자들이 먹고 살려면 정부와 지자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업종 전환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단기간에 업종 전환이 가능한가. 평생을 제빵사로 일해 온 이에게 당장 그만두고 한식이나 일식 요리를 하라는 식이다.

이처럼 업종 전환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인데다, 실제 업종 전환을 하려면 적어도 몇 년은 투자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 사업을 준비해 온 국내 한 원전 관련 대형기업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국민들의 안전을 걱정해 주는 정부 정책을 마다할 일은 없다. 하지만 "알아서 업종 전환을 해라"는 식의 대책없는 정책은 관련 기업이나 당사자들 입장에선 실행하기 어려운 주문이다.

지난해 탈원전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해당 기업들에 다른 기회를 주고 종사자들의 일자리 보존을 위한 정책을 폈다면 지금쯤 조그마한 탈출구라도 찾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고민도 없는 사이 중요한 인력과 기술이 엑소더스를 꾀하고 있다. 원전 관련 업종에 대한 시장의 신뢰도 무너졌다. 4만원을 넘나들던 A사의 주가는 2만원으로 반토목났는가 하면, 3만원을 넘던 B사의 주가는 현재 1만원을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유망직종으로 분류됐던 원전산업은 사양업종으로 전락, 원전 협력업체들에 대한 은행권의 신용대출금리가 5%대에서 9%대로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상 여파도 있지만, 3% 초반이었던 담보대출 역시 4%로 올랐다. 점점 더 버티기 힘든 구조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늦었지만 '탈원전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민과 선택의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원전 협력업체수는 전국적으로 600~700개에 이른다. 관련 종사자들만 3만8000명을 넘어선다.

이들 중 단순 노동이 아니라 단기간 내 습득하기 어려운 기술을 보유한 핵심 인력도 상당수다. 공백이 길어지면 일자리를 지킬 수 없고 기술을 빼앗기거나 인력 손실로 인한 산업 경쟁력도 사라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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