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박병대 전 대법관(61·사법연수원 12기)과 고영한 전 대법관(63·11기)의 구속 여부가 6일 결정된다. 둘 중 한명이라도 구속된다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의를 입는 대법관 출신으로 기록된다. 두 전직 대법관의 운명이 후배 법관들의 손에 달렸다.
박·고 전 대법관은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대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심문)를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의 심사는 임민성 영장전담부장판사(47·28기), 고 전 대법관의 심사는 명재권 영장전담부장판사(51·27기)가 맡는다. 이들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다음날 새벽에는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법관은 영장심사를 받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14분 법원에 도착했다. 박 전 대법관은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가' '사심없이 일 했다고 했는데 이번 사태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등의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채 법정으로 향했다.
3분 뒤 법원에 도착한 고 전 대법관 역시 '전직 대법관으로서 영장심사를 받게 됐는데 심경이 어떤가' '사법농단 사태 책임이 누구에게 있다고 생각하나' '사법신뢰 회복을 바란다고 했는데 책임을 통감하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입을 굳데 닫은 채 법정으로 들어갔다.
두 전직 대법관은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하면서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박 전 대법관은 2014년 2월부터 2년간, 고 전 대법관은 그의 뒤를 이어 2016년 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냈다.
특히 박 전 대법관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민사소송과 관련, 청와대와 논의해 대법원 재판 지연과 전원합의체 회부를 시도하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관련, 법원행정처의 고용노동부 재항고 이유서를 대필하는 데 관여했으며 △법관비리 수사 축소·은폐를 위해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내란음모 사건의 상고심 기일을 조율하려 했다는 의혹 등에 연루됐다.
또 통진당 해산 결정 후 지방·국회의원들이 제기한 지위확인 소송에 개입하고, 비선 의료진 특허소송 등 박근혜 청와대가 관심을 가진 사건의 재판정보를 유출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밖에 헌법재판소 파견 판사를 통해 탄핵심판 등 헌재의 평의 내용 등 내부 기밀을 빼돌리고,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를 유용해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도 있다.
고 전 대법관은 2016년 '부산 스폰서 판사' 비위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을 은폐하고 재판에 개입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상고법원 도입 등 당시 대법원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들을 부당하게 사찰했다는 혐의도 있다.
검찰은 앞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59·16기)을 구속기소하면서 공소장에 두 전직 대법관을 공범으로 지목했다. 두 전직 대법관은 검찰 조사에서 대부분 혐의에 대해 자신들은 모르는 일이었다거나 부하들이 알아서 한 일이라는 취지로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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