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재량근로제 시행 못하는 삼성전자, 이유는?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김지영 기자, 안정준 기자, 임동욱 기자, 세종=최우영 기자, 세종=박경담 기자 | 2018.11.28 06:30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종합)

편집자주 | 지난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로제의 계도기간이 연말이면 종료된다. 생산현장에선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시간근로제, 재량근로제 등 유연근로제를 두고 고민과, 고소와 파업 등 갈등이 이어져 왔다. 불과 한달 뒤인 내년 1월 본격적인 단속에 들어가는 주52시간 근로제를 비롯, 유연근로제의 연착륙을 위한 해법을 찾아봤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게임개발 1개월에 끝내라고?…선택근로제에 IT업계 비상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선택근로제 SI·게임업체, 기본 단위기간 1개월에 '한숨'…"산정기간 6개월 이상 늘려야"

#지난 5월부터 제조업체 A사의 기업정보시스템 고도화 프로젝트를 맡은 국내 SI(시스템통합)업체 B사. 10월 말 시스템을 오픈한 뒤 안정화를 위해 야간·휴일 근무가 불가피하지만 주 평균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무량이 과다한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켰다. 결국 납기는 늦어졌고 잦은 시스템 에러로 고객사로부터 품질 민원을 받아야 했다.

# 게임업체 C사 대표는 내년 초 새 게임 출시를 앞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통상 게임 출시를 앞두고 크런치모드(SW업계에서 개발 마감을 앞두고 야근하며 장시간 작업하는 상황)를 시행해왔지만 선택적근로제(선택적 근로제) 탓에 앞으로 이같은 근무 자체가 쉽지 않아져서다. 신작 출시 전 3개월 뿐만 아니라 출시 이후에도 초기 서비스의 버그를 잡으려면 개발자들이 야근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 달 노동시간 208시간을 지키기 버겁다. 하지만 현행 선택근로제 산정기간이 1개월에 불과해 자칫 이를 위반했다간 범법자가 될 수 있다.

IT(정보기술) 업체를 중심으로 선택 근로제를 도입한 기업들이 말 못할 고민에 빠졌다.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을 두고 정부와 노조간 장기 대치 상황이 이어지면서 정작 선택근로제 보완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고 있어서다.

선택근로제란 하루 8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한달간 1일 근무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다. 주 52시간을 기준으로 한 달 동안 209시간만 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로젝트 수행, SW 개발 업무가 많은 SI나 게임사들이 속속 도입했다. 문제는 기본 산정 단위기간이 너무 짧아 수개월 집중 근로시간이 필요한 장기 개발 프로젝트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프로젝트나 게임 개발에 참여한 직원이 길게는 2주 정도 업무를 많이 하면, 이후 2주 정도는 시간을 줄여서 근무해야 한다.

SI 업체 관계자는 “납기 전후로 업무가 몰리는 데다 예상하기 어려운 고객사 요청
때문에 일정이 바뀌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1개월 단위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6개월 이상의 중장기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게임업계의 한 CEO는 “게임이나 프로젝트별로 차이는 있지만 1개월을 주기로 끝낼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라며 “총 100명이 함께 진행하는 게임 프로젝트라면 개발 과정에서 개발자, 기획자 30~50명이 투입되고 출시 직전 3개월은 전사가 집중업무를 하는데 1개월에 근로시간을 맞추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단기 인력을 충원하는 방법이 있다지만 몇 개월에서 몇 년씩 준비하는 게임 출시나 전문 프로젝트 수행에 비전문가를 투입 시키는 건 무리라고 업계는 말한다.

IT업계 관계자는 “SW 개발 업무는 아르바이트생을 뽑아 시간만 채우는 것과는 다르고, 비용 문제 때문에 처음부터 전문 인력을 넉넉하게 활용하기도 어렵다”며 “납기일에 인력이 부족할 것을 미리 예상해 단기간에 사람을 뽑았다가 해고하는 것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IT업계에서는 업무 현실과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선택근로제의 단위기간 1개월을 최소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노동계는 노동이 일상화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SI업계 관계자는 “선택근로제는 일이 잘될 수 있도록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며 “당초 취지를 살리리면 IT업종의 특성을 반영해 산정 기준을 확대하고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미선, 김지영 기자



배 타면 최소 1달…답 없는 조선(造船) 근로시간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해양플랜트 시운전에 1달 이상…3교대 근무 등으로 대응중이지만 미봉책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해양플랜트 건조 지역에서 건조중인 해양설비들
조선업종도 유연근로제 관련 뚜렷한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조선 한파로 업계 전반의 일감이 떨어져 그나마 한창때보다는 근로시간 조정에 대한 부담이 덜하지만, 선박과 해양플랜트 시운전 관련 직종은 진퇴양난이다.

조선업계 시운전 직종은 건조한 선박이나 해양플랜트를 선주에게 인도하기 전 각종 성능과 기능을 검증하는 절차로 건조 과정의 최종단계다. 보통 장비 및 시스템 관련 전문지식을 보유한 근로자들이 투입된다.

문제는 시운전 기간이 1개월 이상 늘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작업이 장기간 해상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근로자 교체가 어려워 주 52시간 이상 근무하게 된다. 현재 각각 3개월과 1개월로 한정된 탄력근로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 체제에서 작업시간을 맞추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특히 해양플랜트 작업 기간이 길다. 시추 해역까지 이동해 설비를 설치하고 정상 가동 여부를 체크하기까지 보통 수개월이 걸린다. 업무 시간 단축을 위해 승선 근로자를 늘리기도 어렵다. 거주 구역 협소 문제와 함께 안전사고 위험성도 올라가서다.

선박 중에서는 증발가스 완전재액화공정 기술 등이 적용돼 선박 구조와 운용이 상대적으로 복잡한 LNG선의 시운전 기간이 일주일 이상으로 타 선박보다 길다. 군함과 잠수함 등 특수선은 시운전에만 최장 1년이 필요하다. 여기에 기상 악화에 따른 작업 중단과 고객사 요청에 따른 작업 변경 등 변수가 겹친다.

아직까지 뚜렷한 대안이 없는 업계는 그동안 1교대로 운용한 근무를 3교대로 전환하는 식으로 대응 중이다. 배에 탄 시간을 모두 근무시간으로 간주하지 않고 배 안에서 실제 일을 한 시간만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내용의 간주 근로제를 협의 중인 곳도 있다. 하지만 모두 미봉책으로 근본적으로 근로시간 문제를 풀 해법은 아니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때문에 업계는 조선협회를 통해 일단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6개월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요청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 확대도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특례업종은 단위기간 제한을 받지 않는다"며 "조선업에서도 시운전이나 특수 직무는 특례 조항을 마련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주 52시간제, 봐주기 연내 종료…내년부터 강력 단속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 근로감독관 내년 정원 사상 최초 3000명 넘어…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시간 위반 처벌 나선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고용노동부가 내년 초부터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강도 높은 주 52시간제 위반 단속을 벌인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 단축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근로감독관도 대폭 확충해 사상 최초로 3000명을 넘어선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올해 진행된 시정 위주의 주 52시간제 감독이 연말에 끝나고 내년 1월 1일부터 처벌 위주의 단속으로 바뀐다. 근로시간 단축 제도는 올해 7월부터 시행됐지만 산업현장에서 준비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반년간 사실상의 계도기간을 가졌다.

이는 올해 진행한 고용부의 실태조사 결과에 관계부처의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앞두고 올해 7100개 업체를 대상으로 370차례의 간담회와 830차례의 현장방문을 진행했다. 그 결과 300인 이상이 근무하지만 대기업 또는 공공부문이 아닌 사업장들은 즉시 인력을 채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호소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계도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난 6월 정부에 전달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 등 산업현장의 실태를 비교적 상세히 파악하고 있는 부처들도 근로시간 단축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힌 바 있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이 7월 1일부터 시행된만큼 올해 하반기 역시 계도기간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사업주가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보일 경우 3개월간 줄 수 있는 시정기간을 최대 3개월까지 더 늘리는 방식으로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주 52시간제를 맞추기 위해 추가인력 채용, 교대제 개편, 설비 확충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의 노력을 하는데 한두달 걸리는 문제가 아니다"며 "이를 위한 계획을 제출하면 기다려주는 것일뿐, 근로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계획이나 의지가 없는 곳은 지금도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올해 6개월간의 충분한 준비기간을 줬기에 내년부터는 더 이상의 처벌 유예가 힘들다는 입장이다. 내년부터는 주 52시간제를 둘러싼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의 신고·고발도 빗발칠 전망이다. 올해 7~10월에는 68건의 근로시간 위반 사건이 접수됐는데 대부분은 7월 이전 위반사건이 추후 신고된 사안이라 주 52시간제와의 연관성은 없다는 게 고용부의 설명이다.

고용부는 현재 2472명인 근로감독관 정원(산업안전분야 포함)을 내년에는 3007명으로 22% 가량 늘린다. 사상 최초로 근로감독관 3000명 시대가 열린다. 현재 고용부 지방고용노동청 소속 근로감독관 대부분이 임금체불 사건에 매달려있기에 근로시간 단축을 감독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새로이 늘어나는 근로감독관 중 적지 않은 수가 근로시간 단축의 현장 안착을 위한 52시간제 단속에 투입될 예정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7급 이상 공무원만 근로감독관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데 현재 신규채용은 7·9급을 동시 진행하고 있다"며 "인력이 부족해 8급 직원들도 '근로감독관리' 직위로 현장에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라 늘어난 근로감독관 정원을 완전히 채우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최우영 기자



업무량 따라 시간 조절…유연근무제 직장인, 60.9% '껑충'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 유연근무자 활용 임금근로자, 1년 새 104.1만명→167.5만명으로 증가…"주 52시간 단축, 워라밸 문화로 유연근무제 확산"

직장인이 오전 9시~오후 6시, 사무실로 고정된 근무시간·장소를 여건에 따라 변경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 이용자 수가 1년 전에 비해 60% 넘게 증가했다. 업무량에 따라 근무시간을 늘렸다가 줄이는 근로 형태를 이용하는 직장인 증가 폭은 전체 평균보다 컸다.

27일 통계청의 '2018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임금근로자 2004만5000명 중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근로자는 16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유연근무제 활용근로자는 1년 전과 비교해 60.9%(63만4000명) 뛰었다.

전체 임금근로자에서 유연근무제 활용 근로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2%에서 8.4% 확대됐다.

유연근무제는 직장인이 근로시간이나 근무장소를 변경할 수 있는 제도다. 유형은 △근로시간 단축근무제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무시간제 △재택 및 원격 근무제 △탄력적 근무제 등으로 나뉜다.

직장인이 하루에 8시간을 꼭 일해야 하는 대신 나눠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 이용자가 크게 늘었다.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개인이 일 또는 주당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선택적 근무시간제 이용자는 54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20만9000명(63.0%) 증가했다. 부서 또는 회사 차원에서 근무시간이 조절 가능한 탄력적 근무제 이용자는 전년보다 69.0% 늘어난 45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지 않는 직장인 가운데 698만1000명은 이 제도를 앞으로 이용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미활용 직장인 10명 중 4명(38.0%) 꼴이다. 응답자(중복 응답 허용)가 가장 선호하는 근무 형태는 선택적 근무시간제(40.2%), 탄력적 근무제(29.6%), 시차출퇴근제(25.1%) 순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워라밸' 분위기로 인해 유연근무제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유연근로제, 탄력근로제 말고도 4개나 더 있다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노사 모두 생소한 유연근로제 5가지 유형

/자료=고용노동부
주 52시간 시대를 맞아 경직된 근로시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연근로시간제도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표적인 유연근로시간제도인 탄력근로제는 주 52시간 근로 원칙을 ‘한 주(週)’ 기준이 아닌 분기, 반기 혹은 1년 단위로 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최대 단위기간이 3개월이라 사업주들이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하면서 최근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외에도 4개 종류의 유연근로시간제가 다 있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도는 노사합의에 따라 1달 이내 일정기간 단위로 정해진 총 근로시간 범위 안에서 업무의 시작·종료시각과 1일 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근로시간에 따라 업무량의 편차가 발생해 업무조율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 사무관리(금융거래·행정처리 등), 연구, 디자인, 설계 등에 적합하다.

선택적근로제 역시 ICT업계를 중심으로 단위기간을 3~6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장기 프로젝트 단위로 일하는 사업장에서 근로시간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소프트웨어 사업체들은 4개월 단위의 사업이 가장 많은 편이다. 또한 사업종료 이후 후속작업에 2개월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자의 초과근로가 6개월 단위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출장 등의 사유로 근로시간의 전부 또는 일부를 사업장 밖에서 근로해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간주근로시간제를 활용할 수 있다. 소정근로시간 또는 업무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 노사가 서면으로 합의한 시간 중 하나를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고용부는 근로시간 대부분을 사업장 밖에서 근로하는 영업직, A/S업무, 출장업무에 간주근로제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재량근로시간제는 정해진 근로시간 없이 소정근로시간을 일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업무수행 방법을 근로자의 재량에 위임할 필요가 있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인정한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에 나오는 대상업무만 해당된다.

대상업무는 R&D(연구개발), 정보처리업무, 신문·방송·출판에서의 취재·편성·편집업무, 의복·실내장식·공업제품·광고 등의 디자인 또는 고안 업무, 방송 프로그램·영화 등의 제작 사업에서의 프로듀서나 감독 업무, 노무사·회계사·변호사·세무사·변리사·법무사 등 전문직이다.

이 밖에도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를 통해 연장·야간·휴일근로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유급휴가로 부여하는 보상휴가제도 있다. 이는 업무를 완료한 이후 일정기간 휴식기간을 가지는 직무나 다른 인력으로 하여금 대체업무 수행이 가능한 연구·교육 등의 직무에 알맞다.

최우영 기자



삼성전자, '재량근로제' 시행 않은 이유는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재량근로제, 도입은 했지만 시행은 안해"..형평성·관리·신뢰성 등 실질적 난제 풀어야

지난 5월말 삼성전자는 개발과 사무직을 대상으로 시행할 새로운 근로시간 제도를 발표했다.

주 단위 자율 출·퇴근제를 월 단위로 확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직원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유연근무제를 7월부터 실시하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한국 최대기업이자 글로벌 초일류기업 반열에 오른 삼성전자가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하자, 재계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목이 집중된 것은 직원 스스로에게 근무에 대한 재량을 부여하는 '재량근무제'였다. 전통적으로 '관리'를 중시하는 삼성전자 문화를 감안할 때, 이는 매우 도전적인 과제였다.

그러나 6개월이 지난 현재, 삼성전자는 개발, 사무직을 대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만을 시행 중이다. 정작 관심을 모았던 '재량근로제'는 해당 제도만 도입했을 뿐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재량근무제를 사내 근무 제도 중 하나로 도입했지만, 아직 시행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는 실제 업무에 이같은 제도를 적용해 시행하기에 미처 예상치 못했던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노사간의 이해충돌이 아니라 직원들 상호간 ‘형평성’에 대한 이의제기 등이다. 당초 삼성전자는 전략 신제품이나 신기술 연구개발(R&D) 과제를 수행하는 직원 중 최소한의 인력에 대해 최대 6개월 동안 업무수행 방법이나 근로시간 관리를 자신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남은 되고, 왜 나는 안되느냐', '저 직원만 회사에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느냐'는 등 예상 가능한 내부 반발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대처할지는 여전히 난제로 남았다.

하나의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코딩에 한달의 시간을 부여하고 그 안에 재량껏 끝내라는 업무지시가 내려졌다고 하자. 재량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언제출근하든 상관없이 1달 내에 이 업무를 완성하면 된다.

문제는 각자의 역량에 따라 1주일만에 완성하는 사람도 있고, 2개월이 걸리는 사람이 있는데, 이들에 대해 업무 부과와 평가의 형평성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또 부여되는 과제의 난이도 등 경우의 수가 수만가지여서 재량근로의 현장 적용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얘기다.

또 재량근로시 출·퇴근 시간, 근무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기도 어려웠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근무를 직원 재량에 맡긴다고 해도 기본적인 '관리'는 기업 입장에서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재량근무제'에 대한 오해 또는 막연한 불안감도 문제였다. 이 제도가 정부의 ‘주 52시간’ 노동 지침을 초과해 일을 더 시키는 쪽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는 경영진 입장에서는 도입을 꺼리게 하는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삼성전자 (43,050원 상승450 1.1%) 측은 “연구·사무직은 선택적 근로시간제만 시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큰 무리는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선택적 근로시간제는 주 40시간이 아닌 월평균 주 40시간 내에서 출·퇴근 시간과 근로시간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제도다. 한 달 근무 일수가 25일이라면 '25일×8시간'으로 총 200시간을 업무량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신제품 출시 등을 앞두고 집중적인 업무 투입이 필요한 상황 등에 대처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삼성전자는 제조 부문의 경우 계절적 성수기 등에 대비하기 위해 3개월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며, 반도체라인과 같이 4조 3교대를 하는 공장은 40시간 내에서 근무를 소화하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2009년 효율적인 근무를 통해 업무 성과를 높이기 위해 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자율출근제를 도입했다. 2012년부터 이를 확대해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서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1일 4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자율출·퇴근제를 시행해 왔다.

임동욱 기자



재량근로시간제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



[유연하지 않은 유연근로]기본적 업무지시·업무외 직장질서 관련 지시는 가능, 예상치 못한 연장근로는 수당 지급해야

주 52시간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유연근로시간제 중 하나인 재량근로제 도입을 앞둔 사업체들이 혼란에 빠졌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시간의 배분과 성과 달성 방법을 근로자 재량에 위임하기에 사업주의 지시로부터 무한정 자유로울 수 있다는 오해, 소정근로시간에 따른 임금 외에 야간·연장 수당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오해를 동시에 받고 있다.

재량근로제는 근로자 재량에 근로시간 배분과 업무수행방법을 위임할 필요가 있을 때 노사 서면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시간을 정하고 그만큼 일한 것으로 간주한다. 근로의 양보다는 질 내지 성과에 의해 보수가 결정되고, 단순히 시간의 길이에 따라 임금을 결정하는 게 적절치 않을 때 활용된다.

서면합의에는 △대상 업무 △사용자가 업무의 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하여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 △ 근로시간의 산정은 그 서면 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법적 의무가 아니지만 서면합의의 유효기간과 재량근로의 적용중지 조항을 노사가 합의해 서면에 포함시키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재량근로 대상업무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와 고용노동부 고시에서 규정한 6개 업무로 제한된다. 주로 신상품·기술 R&D(연구개발), 기초학문 연구, 정보처리시스템 설계·분석(유지보수 포함), 신문·방송·출판사업의 기사 취재·편성·편집, 의복·실내장식·공업제품·광고의 디자인 또는 고안, 방송·영화 PD와 감독, 회계사·변호사·세무사·법무사·노무사·변리사 등 전문직이다.

재량근로제는 업무의 재량성을 위해 수행 수단과 시간 배분에 대한 구체적 지시를 받지 않아야 한다. 다만 사용자가 업무의 기본 지시를 하거나 일정 단계에서 진행 상황을 보고할 의무를 지우게 할 수 있다. 지각, 조퇴에 대한 주의나 불이익을 준다면 근로시간 배분의 재량을 침해한 것으로 간주돼 재량근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자발적 시간 배분을 방해할 정도로 업무보고, 지시, 감독을 위한 회의참석 의무를 정하는 경우에도 재량근로가 아니다. 하지만 근로자 동의를 얻는 경우 업무협조 등의 필요에 의해 회의시각을 정하는 것은 가능하다. 업무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직장질서 또는 사업장 내 시설관리에 대한 사항은 지시나 감독이 가능하다.

재량근로에서도 연장·휴일·야간근로 및 휴일·휴가는 적용된다. 서면합의에서 정한 주당 근로가 52시간이라면 12시간분의 연장근로 가산수당을 지급 받는다.

예상치 못한 휴일·야간근로는 사용자의 허가를 받아 실제로 일을 하면 이에 대한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고용부는 야간근로 남용으로 인한 노사분쟁과 근로자의 휴식·건강권 훼손을 막기 위해 휴일·야간근로에 대한 사전승인절차를 마련하라고 권고한다.

재량근로라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70조의 임신부와 연소자의 야간·휴일근로 제한규정, 제71조의 산후 1년 미만 여성근로자의 시간외근로 제한규정은 반드시 지켜야한다. 아울러 재량근로에서도 휴일, 휴가, 휴게시간은 별도로 줘야한다.

재량근로를 도입해도 서면합의를 통해 소정근로일에 의무적으로 출근하도록 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출퇴근 시각을 준수하도록 지시하는 건 금지된다. 또한 서면합의시 소정근로일 출근 여부도 재량에 맡기도록 규정한 경우는 출근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서도 결근 처리가 불가능하다.

최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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