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26일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여력이 1조4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이 중 적격비용(원가) 재산정을 통한 순수 인하분은 1조원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여기에 적격비용에 반영되는 개별항목 적용기준을 조정해 추가 인하 여력 4000억원을 짜냈다.
여신전문금융업법 감독규정에 따르면 신용카드의 가맹점 수수료율을 구성하는 적격비용은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비용 △마케팅비용 △조정비용으로 구분된다. 금융당국과 카드업계는 3년 주기로 이 비용들을 재산정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새로 결정한다.
카드 수수료 인하 여력 1조4000억원 중 약 1조원은 △금리 하락에 따른 조달비용 감소 △카드사 경비 절감에 따른 일반관리비 감소 △자산건전성 개선으로 인한 위험관리비용 감소 등에 따른 자연 감소분이다. 문제는 이 1조원 중 6000억원은 금융당국이 이미 발표한 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른 감소분이라는 점이다.
카드 수수료 추가 인하 여력은 약 4000억원에 그쳐 한국마트협회 등 이익단체와 정치권의 전방위 압박에 직면한 금융위로선 새로운 인하 방법이 필요했다. 이에 기존 적격비용 구성요소를 분석해 가맹점에 부과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비용 항목은 적격비용에 제외했다. 적격비용을 줄여 추가 인하 여력 약 3000억~4000억원을 짜낸 것이다.
위험관리비용에서는 감독목적상 추가 적립하는 대손준비금을 모두 뺐다. 그간 전체에 적용됐던 신용등급별 대손비용 인정 구간은 1~6등급까지로 축소됐다. 연체채권에 대한 관리 및 회수비용도 제외했다.
마케팅비용의 경우 당초 10억원 이하와 초과 2가지로 분류했던 매출액 구간을 30억~100억원, 100~500억원, 500억원 초과로 세분화해 매출액이 많은 가맹점에 더 배분하도록 했다. 포인트 적립 등 부가서비스 적립 및 이용 비용은 전 가맹점에 공통 배분하는 방식에서 부가서비스와 직접 관련된 가맹점에 부과하는 식으로 개선키로 했다.
일반관리비용에서는 접대비와 기업 이미지 광고비를 제외했다. 조정비용에서는 야간거래 또는 비대면거래가 많은 가맹점에 대해 수수료율을 가산하는데 이 가산폭을 제한하기로 했다.
카드업계는 이 가운데 대손준비금을 적격비용에서 제외한데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맹점도 카드 결제로 외상거래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데 비용을 카드사만 부담하는게 맞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용공여 기능으로 인한 혜택은 가맹점도 누리는데 리스크는 카드사만 져야 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마케팅비용을 가맹점의 매출액 구간을 세분화한 것도 논란이 제기된다. 연매출 기준으로 구간을 나눴을 뿐 구체적인 마케팅비용 배분 방법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정유업체의 경우 특수가맹점으로 분류돼 1.5%의 카드 수수료를 적용받기 때문에 매출액이 많아도 마케팅 비용을 추가로 부과해 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다는 지적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형가맹점의 경우 마케팅비용을 더 배분해도 2.3%인 카드 수수료 상한에 걸려 수수료율을 올릴 수 없다"며 "대형가맹점의 마케팅비용 부담을 늘려야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부담을 줄이는데 현실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포인트 적립과 할인 등 카드 부가서비스 비용을 전 가맹점이 아니라 실제 혜택을 보는 가맹점에 배분되도록 마케팅비용 산정방식을 바꾸라는 주문도 시간이 많이 걸려 당장 내년 가맹점 수수료 인하 때까지 시행이 불가능하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지금부터 시스템을 개편한다고 해도 수수료 인하가 시작되는 내년 1월말까지 70~80% 정도 파악이 가능할 것”이라며 “시스템 개편 및 적용에 대한 유예기간도 없이 인하 시기에 맞춰 강행하는 것은 카드사들의 현실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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