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온라인 청원은 대세"…美 트럼프도 못 막았다

머니투데이 구유나 기자 | 2018.11.26 17:42

자극적인 청원이나 실속없는 답변은 문제…
최소 서명인원 늘리거나 토론·의견 청취 대안도

미국 시민단체 코드핑크 회원들이 지난 5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앞에서 /사진=뉴시스
2000년대 들어 미국, 독일, 영국 등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정부 주도의 온라인 청원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문을 열었다. 청원의 한계와 문제점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돌이킬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제, 사회, 외교 등 전 분야에 걸쳐 '오바마 지우기'에 나섰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을 폐지하거나 손본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바꾸지 못한 것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출범시킨 온라인 정부 청원 사이트 '위더피플'(We the People)이다.

2011년 9월 문을 연 위더피플은 시민 청원을 접수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30일 내 10만 명 이상이 서명한 청원에는 백악관 관계자가 직접 답변한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2016년 12월까지 2900만 명이 48만여 건의 청원을 등록했다. 답변 기준을 만족한 청원은 268건이며, 이 중 85%인 227건에 정부 답변이 이뤄졌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취임 후 1년여간 청원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위더피플에 시스템 재정비를 위해 약 한 달간 사이트를 폐쇄하겠다는 공지가 올라오면서 "폐쇄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위더피플을 재개장했고 이전 청원을 포함해 서명 10만 건을 넘은 청원에 차례로 답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11만4870명의 지지를 얻은 '트럼프 대통령의 납세 내역 공개' 청원에도 답변했다. 물론 답변은 "대통령 개인의 결정에 따르는 사항으로 (청원 대상을 연방 행정부 권한 내로 한정한) '위더피플 참여조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미 의회 감시 시민기구인 선라이트재단의 존 분덜리히 사무총장은 워싱턴포스트(WP)에 "(위더피플) 사이트는 완벽하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중요한 자원"이라며 "(트럼프 행정부가) 사이트를 재개장한 건 객관적으로 잘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백악관 청원 사이트 '위더피플' 홈페이지.
다만 온라인 정부 청원의 문제점도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사람들이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의 청원에 이끌린다는 지적이다. 미 여론조사 기관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위더피플에 등록된 4800여개 청원 중 대중문화 관련 내용이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표적으로 저스틴 비버의 국외 추방을 요구하는 청원에 27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정부 답변도 기대에 못 미칠 때가 많다. 위더피플의 경우 청원이 정책으로 이어진 경우는 동성애 전환 치료 금지, '언락'(단말기별 통신사 지정 해제) 허용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에드워드 스노든 전 국가안보국(NSA) 직원 사면을 촉구하는 청원은 등록된 지 2년 만에 '불가' 답변을 받았다. 2015년 유럽의회는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이 온라인 청원을 통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지 못할 경우 불만과 정치 불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은 무의미한 청원이 난립하지 않도록 '문턱'(threshold)을 높이는 것이다. 위더피플도 출범 초기에는 정부 답변을 위한 최소 서명 인원이 5000명이었으나 10만명으로 20배 늘렸다. 청원 등록 후 30일 동안 150개 서명을 모아야 내용이 일반에 공개되는 '이중 문턱'이 있는 것도 특이점이다.

유럽에서는 온라인 청원을 민주시민의식 고취 수단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1999년 정부 최초로 온라인 청원 시스템을 도입한 스코틀랜드 의회는 별도의 위원회를 두고 청원을 의논하며 때에 따라서는 청원인을 초청해 의견을 청취한다. 독일 분데스탁(Bundestag·연방하원) 하위 기구인 청원위원회도 청원의 종류를 '일반 청원'과 '공공 청원'으로 나눠 후자의 경우 5만 서명을 넘으면 대표 청원인 의견을 청취한다. 모든 과정은 온라인 중계되기 때문에 누구나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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