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국, 삼성 금융TF 역할 제동…"위험관리 개입말라"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권화순 기자 | 2018.11.26 04:30

"금융그룹통합감독상 리스크관리는 대표회사가 해야"…삼성 금융사 경영진에 TF 역할 제한 요구

금융당국이 삼성그룹이 지난 2월 신설한 ‘금융경쟁력제고 TF(태스크포스)’에 대해 금융 계열사의 위험관리 업무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해체된 그룹 미래전략실을 대체해 만든 TF이나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삼성금융그룹에 대한 실태 점검을 실시한 후 금융경쟁력제고TF가 금융계열사들의 위험관리, 자본확충 등의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부터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 시범 운영에 들어갔으며 7개 금융그룹에 대해 순차적으로 실태점검을 벌여 왔다. 삼성금융그룹에 대한 위험관리 실태 점검은 지난달 중순 실시됐으며 금융당국은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지난달말 삼성금융그룹 경영진들과 면담을 실시했다.

금융당국은 점검 과정과 면담에서 금융경쟁력제고TF의 역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상 금융계열사들의 위험관리는 대표회사 이사회와 위험관리협의회를 통해 하도록 하고 있다”며 “삼성그룹에 책임과 권한이 불분명한 TF가 위험관리, 자본확충 업무에 개입해선 안된다는 점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금융경쟁력제고TF가 사실상 중요 의사결정을 내렸던 과거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이후 그룹의 총괄 컨트롤타워이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후 전자, 물산(비전자), 금융 계열사들을 담당할 3개의 TF를 신설했다.

금융 부문을 담당할 금융경쟁력제고 TF장에는 미래전략실 출신인 유호석 삼성생명 전무를 임명하고 각 금융계열사에서 차출한 10여명의 인력을 배치했다. 삼성생명은 TF 신설 당시 TF의 업무에 대해 각 금융계열사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너지 창출 방안 마련, 각 금융계열사의 중복되는 업무 등에 대한 협의와 조정 등으로 밝혔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각 금융그룹이 위험관리를 총괄할 대표회사를 선정하고 각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위험관리협의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삼성금융그룹은 대표회사로 삼성생명을 선정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모범규준은 일종의 행정지도로 강제력은 없지만 현재 국회에 관련 법이 제출돼 있다. 정부와 여당은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해 내년부터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관련해 삼성그룹의 가장 큰 쟁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처리 문제다. 비금융계열사의 지분 보유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전이위험 때문이다. 아직 최종적인 전이위험 측정 방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 지분 처리 여부에 따라 삼성금융그룹은 자본을 추가로 쌓아야 할 수도 있다. 삼성생명의 전자 지분 처리는 삼성그룹의 경영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삼성생명만의 판단으로 결정할 수 없지만 금융당국은 TF 역할에 제동을 건 셈이다.

금융당국은 다만 TF의 해체를 요구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이 그룹의 일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 관여하지는 않는다”며 “그룹이 TF에 별도의 역할을 부여할 수 있지만 리스크관리 업무만은 공식적이고 책임있는 채널을 통해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생명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우려를 전달받아 알고 있다”며 “TF는 금융계열사들에 대한 평가 기준 설계 및 평가 등 최소한의 업무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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